'장류의 세계화' 추진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스페인 최고급 식당서 샘표 장류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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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한국음식문화 전파 후 美·中 진출“앞으로 10년 정도는 돈 벌 생각을 하지 않고 세계에 한국 음식문화를 알리고 발전시키는 데 집중할 것입니다.”
막걸리 뛰어넘는 한국식 곡주 선보일 것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사진)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초 진출한 스페인에서 한국 장류의 세계화 기반을 닦은 뒤 미국과 중국에 진출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사장은 올초 ‘장류의 세계화’ 추진을 선언하고 지난 5월 스페인 요리과학연구소인 알리시아연구소와 제휴를 맺었다. 샘표 연구원들은 알리시아 연구원과 간장 고추장 된장 쌈장 등 7개 한국 대표 소스를 유럽 음식에 활용하기 위한 ‘샘표 스페인 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미슐랭가이드(프랑스 타이어회사 미쉐린이 출판하는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 잡지)의 최고 등급인 ‘3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조안과 조르디 로카 형제 등이 샘표의 국산 장류와 조미료 ‘연두’를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의 고추장 간장을 ‘매직 소스’로 부르면서 관심을 표하는 셰프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페인 벨기에 등의 미슐랭가이드 식당 20여개를 포함한 80여개의 유럽식당에서 샘표의 장류와 소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전했다.
박 사장은 “미슐랭가이드 식당들을 중심으로 스페인과 벨기에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 마케팅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음식문화의 중심지인 스페인 등에서 인정받는다면 한국 장류가 세계화할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작년에 일본에 진출했다가 실패했다”며 “해외 진출은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샘표식품은 식초인 ‘백년동안’을 지난해 일본시장에 내놓았다가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박 사장은 “엔저, 반한감정 등 악재도 많았지만 일본의 영업망을 뚫지 못한 게 패인”이라며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 치고 이번 실패를 세계시장 진출의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말했다. 샘표는 백년동안을 일본시장에서 철수시키지는 않을 계획이다.
박 사장이 이처럼 세계화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정체된 한국시장 때문이다. 샘표식품의 지난해 매출은 2270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박 사장은 국내 식문화 발전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샘표는 서울과 경기 이천, 충북 영동에 흩어져 있던 연구시설을 충북 오송으로 통합해 지난 5월 발효전문 연구소인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열었다. 연구소는 전국에서 150여개의 균류를 수집해 새로운 장류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원들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샘표 갤러리 프로젝트’를 진행해 다양한 미술 작품을 전시한 것이 특징이다. 박 사장은 “옛것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생활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샘표는 앞으로 식문화연구소도 만들 계획이다. 그는 전통주 개발에도 관심을 내비쳤다. 박 사장은 “샘표의 발효기술로 술을 만드는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기존 막걸리와는 차별화된 한국식 곡주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