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셧다운' 사흘째…극한대치 여전·장기화 조짐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 3일(현지시간)로 사흘째를 맞았으나 여야 정치권이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에 대한 공방을 거듭하며 좀처럼 타협의 접점을 찾지 못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을 상대로 잠정예산안 처리를 거듭 압박하고 있지만 공화당 강경파는 정부부채 상한증액 협상 거부 카드까지 내걸면서 극한대치를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연방정부 기관은 물론 민간부분까지 셧다운에 따른 피해의 영향권에 들면서 2008∼2009년 미국 경제를 강타했던 리세션(경기후퇴) 국면 재진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주(州)의 한 건설회사에서 한 연설을 통해 베이너 의장을 겨냥, 즉각 잠정예산안을 처리해 셧다운을 중단시킬 것을 촉구했다.

공화당 내 중도파 의원 10여명이 잠정예산안 처리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하원에서 예산안이 상정만 되면 즉각 통과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는 "베이너 의장이 예산안 상정을 거부하는 것은 당내 극단주의자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희극을 중단하고 당장 표결을 통해 셧다운을 중단시키라"고 말했다.

재무부도 이날 '부채상한 논쟁에 따른 잠재적 거시경제 효과'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국가디폴트가 현실화하면 금융시장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소비지출, 경제성장 등에 모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세계 경제에도 여파가 미치면서 2008년의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리세션이 재현될 수 있고 더 나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미국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유럽중앙은행(ECB) 이사 등도 잇따라 디폴트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면서 정치권 협상을 촉구했다.

그러나 베이너 의장 측은 "국가디폴트 상황을 원하지는 않지만 상한 증액만을 위한 표결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출삭감과 개혁을 위한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포괄적인 잠정 예산안이 아니라 이를 10여개 법안으로 쪼개 특정 연방정부 기관의 문을 열거나 개별 프로그램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상원 다수 의석인 민주당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오바마 대통령도 법안이 통과돼 넘어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셧다운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그 여파는 점차 정부 계약업체를 비롯한 민간 부문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매출에서 정부계약 비중이 큰 보잉과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는 이날 "셧다운이 길어질 경우 작업 차질과 함께 일부 직원에 대한 무급휴가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셧다운 첫날 소폭 상승한 뒤 이튿날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던 뉴욕증시도 이날 급락세를 보이면서 이런 우려를 반영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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