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그만둔 전업주부도 장애·유족연금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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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의결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라도 과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한 경력이 있으면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부부가 동시에 연금을 받다가 한 명이 사망할 경우 배우자가 받는 유족연금이 현재 20%에서 30%로 늘어난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 보험료는 2018년까지 현 수준에서 동결된다.
현재 9%인 보험료율 2018년까지 안올려
기업 블랙리스트 작성 등은 포함 안돼
○전업주부 500만명 연금 울타리로 정부는 8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그동안 국민연금 혜택을 받지 못한 전업주부 등을 연금 가입자로 대우해주기로 했다. 지금은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을 해 소득이 없어지면 국민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10년 이상 가입한 사람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노령연금을 받고, 10년 미만이면 이자를 계산해 일시금을 받는 게 전부다. 장애나 사망 등의 사고가 나도 보호받을 수 없는 구조다. 반면 국민연금을 내다가 직장을 그만둔 미혼자는 장애·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본인이 사고를 당해 장애 판정을 받으면 장애연금을, 사망하면 유족들이 유족연금을 받게 된다. 이번 조치로 혜택을 받는 사람은 500만명에 이르고, 매년 6000명 정도가 장애 및 유족연금을 받을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류근혁 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장은 “현재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던 전업주부 등 무소득 배우자가 연금의 울타리로 들어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에 유리하게 감액 이와 함께 부부가 동시에 연금을 받다가 한 명이 사망할 경우 지급하는 유족연금 중복 지급률도 20%에서 30%로 높아진다. 예를 들어 A씨와 부인인 B씨가 각각 40만원, 30만원의 연금을 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A씨가 사망할 경우 B씨는 자신의 연금 30만원에, A씨 연금의 30%인 12만원을 합쳐 42만원을 받는다. 사망한 사람의 연금액이 월등히 많으면 현재 제도처럼 다른 선택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금을 A씨가 200만원, B씨가 30만원을 받다가 A씨가 사망했다고 가정해 보자. B씨는 자신의 연금 30만원을 포기하고 A씨의 유족연금(20년 이상 가입시 60%)을 선택하면 매달 1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중복 연금을 포기하는 대가로 지급률을 높인 것이다.
이 밖에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연금액을 깎는 감액 제도도 개선된다. 지금은 노령연금 수급자의 월소득이 국민연금 가입자의 3년 평균 월소득(A값)인 193만원(올해 기준)을 넘으면 나이에 따라 감액률을 결정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득에 따라 감액 규모가 결정돼 저소득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 안올린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재 소득의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018년까지 올리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일부 전문가들이 13~14%로 연금 보험료율을 올려야 국민연금 고갈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향후 5년간은 올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류 과장은 “국민연금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결정한 후 보험료율 인상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및 주주권 강화와 관련, 기금발전위원회가 제안한 집중감시 대상 기업 명단(블랙리스트) 작성 등은 이번 개정안에 담지 않기로 했다. 이형훈 국민연금 재정과장은 “여론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기금발전위의 제안은 정부안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대로 쫓아서 투표하는 자산운용사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위원회의 제안도 이번에 배제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