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인고 이사장 10년…김석한 인성하이텍 회장의 '학교 혁신' 도전

"시골 촌놈을 기업가로 키워준 모교의 쇠락을 그냥 볼 수 없었다"

2004년 인수 뒤 사재 200억 투입, 일반고 이어 2년전 자율고 전환
"역사 빼고 다 바꿔…SKY대 37명"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가 튼 것 같아요. 하하. 이제 저의 희망은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 내보는 겁니다.”

1986년 창업한 인성하이텍을 인조모피 원단 세계 1위 업체로 키운 김석한 회장(59·사진). 그는 지금 새로운 도전을 진행 중이다. 교육이다. 10년째 이사장을 맡아 모교인 보인상고(2007년 일반고로 전환)를 위기에서 구한 김 회장을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있는 보인고 이사장실에서 최근 만났다. 그는 “교육도 세계화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무역회사를 일군 경험을 바탕으로 보인고를 글로벌 인재의 산실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섬유업계에선 알아주는 기업인이다. 섬유업체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인조모피 시장에 뛰어들어 매출 1000억원 규모 사업체를 일궜다. 미국 대형 가정용품업체인 포터리반을 비롯해 스페인 패스트패션업체 ‘자라’, 스웨덴의 ‘H&M’ 등이 모두 인성하이텍 원단으로 인조모피 제품을 만들 정도로 인조모피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그런 그가 교육업계에 뛰어든 건 모교(옛 보인상고)의 경쟁력이 날이 갈수록 후퇴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다. 처음에는 축구부 후원회장으로 간접 지원에 나섰다가 2004년 학교법인을 아예 사들였다. 충남 공주 출신인 그는 “시골에서 자란 내가 기업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성장한 덕분”이라며 “대한민국 미래인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학교를 인수한 뒤 교실, 운동장 등 인프라부터 교사와 학교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바꿀 수 있는 건 다 바꿨다고 김 회장은 전했다. 사재 200억여원을 들여 학교 시설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다. 그는 “인프라뿐만 아니라 2007년에 일반고로, 2011년에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했다”며 “1908년에 설립돼 100여년 된 ‘역사’를 빼고는 모두 다 바꾸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제 혁신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이른바 ‘스카이’에 진학한 재학생이 37명으로 2년 전보다 32% 늘었다. 송파구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학교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그는 전했다.

학교가 달라진 비결에 대해 그는 “기업도 학교도 변화를 통한 고객만족 경영이 중요하다”며 “학생과 학부모 등 고객이 만족할 만한 수업을 해 사교육 걱정이 없게 하자 학교 수준이 몰라보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보인고가 학교가 어떻게 변할 수 있고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롤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며 “가장 중요한 인성 교육을 중심으로 학생 각자가 특기를 발굴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