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이 中企에 닭가공 맡긴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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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만 없어 놀랐다"…동양종합식품과 상생협력
이문용 사장(오른쪽)과 강상훈 회장.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의 이문용 사장이 지난 8월 말 경북 영천에 있는 중소 식품업체 동양종합식품을 찾았다. 예고에 없던 일정이었다.

이 사장이 동양종합식품을 찾은 이유는 하림의 200여개 협력사 중 소비자 ‘클레임’을 받지 않은 유일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동양종합식품은 지난 1월부터 하림에 훈제치킨 제품을 만들어 납품해왔다. 이 사장은 “도대체 어떤 중소기업인지 한번 보고 싶다”며 전북 익산에서 세 시간 넘는 거리를 차로 달려왔다. 이 사장은 강상훈 동양종합식품 회장과 생산시설을 함께 둘러본 뒤 “중소기업인데도 위생상태 등 관리가 하림만큼 잘돼 있다”며 “앞으로 하림의 제2공장이 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하림과 동양종합식품은 15일 정식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식에는 이상훈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동양은 하림에서 월 300가량의 생닭을 공급받아 훈제치킨, 텐더스틱(닭가슴살로 만든 바), 치즈스틱, 팝콘치킨(닭고기를 팝콘 형태로 튀긴 제품) 등 15가지 제품으로 가공해 납품하게 된다. 닭고기 관련 신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신제품 생산을 맡기로 했다.

이 사장은 “중소기업이라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깨끗한 생산시설을 운영하면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는 상생의 좋은 사례”라며 “단발성이 아니라 모범적인 대·중소기업 간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경기가 어려운데도 지난해 20억원을 투자해 위생적인 닭고기 생산라인을 만들고 품질을 철저하게 관리한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밀려오는 주문 때문에 휴일에도 특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종합식품은 1975년 설립된 육가공식품 전문업체로 지난해 매출 210억원을 올렸다. 소시지와 햄, 돈가스, 훈제치킨 등 육가공 제품과 양념소스 등을 군에 납품하고 있으며 최근 롯데리아에 홍게너겟을 공급하며 민간 시장도 뚫었다.

동양종합식품은 하림과 공동으로 진행할 신제품 개발·생산 과정에 필요한 연구개발 및 생산 인력을 지역 내 대졸자와 졸업예정자 가운데 채용할 계획이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