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부는 식품韓流] 초코파이→ 프랜차이즈 제빵→ 우유 등 가공식품…'3차 확장기' 맞은 中 진출 한국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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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급· 안전 이미지 굳히는 '메이드 인 코리아' 식품중국 상하이 징안구의 중·러우호회관에서 지난 18일 열린 광밍그룹 식품박람회장. 동원F&B의 참치 시식코너가 마련돼 있었다. “싱겁지 않고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라는 중국 소비자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주부터 상하이 대형마트에 중국풍 참치캔을 공급하기 시작한 동원이 연 마케팅 행사였다.
동원 참치, 상하이 식품박람회서 인기
CJ, 中 기업과 합작…두부시장 선두
오리온, 초코파이 이어 과자 '예감' 히트
中 식품시장 키워드 '고급·안전·문화'
장기적 안목 갖고 브랜드 알려야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식품이 다양해지고 있다. 1990년대 중국시장을 개척한 것은 초코파이나 신라면 등 한국의 히트상품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가 다른 한 축을 구성했다. 최근 들어서는 우유, 참치, 김, 과자 등 다양한 가공식품이 한류식품의 주력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식품이 국내 히트상품→프랜차이즈 제빵→가공식품으로 ‘3차 확장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바나나우유는 고급·품위·안전의 상징
중국의 식품시장은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고급 음식을 품위 있게 즐기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식품 자체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일본의 방사능 유출 위험까지 더해지면서 식품 안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한국 식품의 인기가 최근 급증하는 것은 중국시장이 요구하는 이 같은 요소를 가장 잘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김명신 KOTRA 상하이무역관 차장은 “바나나우유를 들고 다니는 젊은이들은 본인이 좀 더 고급스러운 사람이란 느낌을 갖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한국 식품은 안전성 검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고급·품위·안전이란 중국시장의 변화 요소를 모두 만족시킨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최근 한국우유가 크게 히트하고, 맛김 등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했다.CJ제일제당·오리온의 차별적 전략 성공
CJ가 중국 식품업체인 얼상그룹과 합작한 CJ얼상은 베이징 두부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바이위(白玉)두부란 브랜드의 CJ얼상 두부는 연간 1억8000만모가 팔린다. 박영근 얼상CJ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얼상그룹이 갖고 있던 유통망과 CJ의 기술이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CJ가 파트너로 나서면서 두부 불량률이 5%에서 0.2%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의 대형 유통업체 광밍그룹과 손잡고 참치캔 판매를 시작한 동원F&B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반면 오리온은 철저한 독자 경영으로 성공한 사례다. 1993년 중국 진출 이후 초코파이를 주력상품으로 밀며 인지도를 쌓았다.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고, 최근 5년 사이엔 매출이 7배나 급증했다. 초코파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히트상품이 줄을 이은 게 주요 원인이다. 자일리톨껌(1700억원), 과자류인 예감(1400억원), 오! 감자(1350억원) 등이 지난해 초코파이보다 더 많이 팔렸다.
공급사 몰리며 실패한 유자차
2000년대 초반부터 효자 상품이었던 유자차는 실패 사례로 꼽힌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던 유자차는 소수의 중국 바이어에 다수의 국내 공급사가 몰리면서 공급 단가가 계속 하락했으며 이는 품질 저하로 이어졌다. 중국에서 유자차를 유통하고 있는 이재석 화우요무역 사장은 “유자차는 확실한 제품 브랜드를 구축하지 못한 채 ‘한국산’이라는 국가 브랜드에만 의존했다가 시장에서 자리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황재원 베이징 KOTRA 부관장은 “중국인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하고 고급스러운 식품을 찾는다”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서 다른 수입제품과 차별화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시장에 정착하려면 최소 5년 이상을 내다보고 전략을 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상하이=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