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작품에도 투자 열기…경매·기획전 등 활발

K옥션이 오는 31일까지 진행하는 ‘모던 디자인’ 경매 행사에 나온 의자들.
독일 대표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책장, 덴마크 디자이너 한스 웨그너의 스칸디나비안 테이블, 핀란드 모던 건축의 선구자 알바 알토의 가구, 스페인 대표 산업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의 의자, 조명예술의 대가 세르주 무이의 조명…. 국내외 디자이너들의 조명·가구·도예 작품이 최근 미술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디자인 작품의 소장 가치와 판매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어서다. 디자인 경매와 화랑들의 기획전도 늘고 있다.

○422억원 세계 최고가 의자 지난 24일 서울옥션이 실시한 디자인 경매에서 출품작 103점 중 68점(낙찰률 66%)이 팔려 낙찰총액 12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날 경매에서는 프랑스 조각가 프랑수아 자비에 라란느의 비둘기 모양 램프가 추정가(150만원)보다 12배 높은 18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크리스티는 9월25일 뉴욕 가구경매에서 583만달러(약 6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2월 크리스티 파리 경매에서 아일랜드 출신 근대 디자인의 선두주자 아일린 그레이의 ‘드래건 안락의자’가 경합 끝에 추정가보다 10배나 많은 2190만유로(약 422억원)에 팔려 디자인 작품 세계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다음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에밀 자크 펄먼의 서랍장이 61만달러(약 7억4000만원), 카를로 몰리노의 테이블이 60만달러(약 7억3000만원)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조지 나카시마의 작품 ‘테이블 세트’가 서울옥션 경매에서 1억4500만원에 팔려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줄 잇는 전시, 경매 디자인 작품이 이처럼 주목받자 경매와 전시회도 줄을 잇고 있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대표 이상규)은 오는 31일까지 가을 기획행사의 하나로 ‘모던 디자인’전을 펼친다. 람스를 비롯해 웨그너, 알토의 가구 등 디자인 명품 100여점이 새 주인을 찾는다. 내달 3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등에서 열리는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는 세계 24개국, 328명의 디자이너 작품 6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탄생한 쓰레기봉투, 택시기사의 유니폼, 쌀 포장지 등 산업화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대거 나와 있다.

경기 파주시 홍성찬갤러리에서는 이달 말까지 ‘북유럽 디자이너 의자전’이 펼쳐진다.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에선 북유럽 건축과 디자인전이 열리고 있다. 앞서 작년 4월부터 약 5개월 동안 서울 통인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핀 율 탄생 100주년 북유럽 가구 이야기’전은 무려 13만여명이 관람해 가구 디자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