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국가가 살아가는 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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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나 개인이나 삶의 이치는 같아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시절 선거를 하느라 여러 나라를 다녔다. 2002 월드컵 유치 때도 그랬고 4년에 한 번 하는 FIFA 부회장 선거 때도 선거운동을 하느라 바빴다. 선거란 국내나 국외나 힘들기는 매한가지이다.
'친구 사귀기' 즉 외교를 잘해야 성공
정몽준 국회의원·새누리당 mjchung@na.go.kr
표를 얻으러 외국에 다니다 보면 국가나 개인이나 살아가는 이치는 똑같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디서든 친구가 필요한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개인은 친구를 찾아 이사를 다닐 수도 있지만 국가는 주어진 땅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국에 다닐 때 절감했던 것은 우리에게 과연 친구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당장 우리 주변만 봐도 북한이 우리 편을 들어줄 리 없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떤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중국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1994년 초 FIFA 부회장 선거운동 중 중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주중 대사를 만나 “중국의 지지를 얻기 위해 왔다”고 했더니 대사가 “몽둥이 찜질 당하기 전에 빨리 돌아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 전년도인 1993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하계 올림픽 개최지 결정이 있었는데 중국 베이징이 3차 투표까지 계속 1등을 하다가 4차 투표에서 호주의 시드니에 패배했고, 이때 한국이 시드니 편을 든 것으로 최고위층에게 보고됐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우리를 극도로 못마땅해 하는 인상이었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일본, 북한이 반대하는 상황이니 도대체 어디서 표를 얻어야 할지 난감했다.
세계지도를 펴놓고 보면 러시아, 중국, 북한이 있는 광대한 유라시아 대륙의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이만큼 살아가고 있는 것이 기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태평양 건너편에서나마 우리를 지원해주었던 미국은 점점 쇠락해가고 있다. 그동안 맡아왔던 동북아지역의 파수꾼 역할을 일본에게 넘기려 하는 분위기다. 세계 G2로 부상한 중국은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에게 늘 두 가지 얼굴로 다가왔었다. 중국이 가져올 외교적 도전이 일본의 100배는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국제사회야말로 친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현대는 외교가 국방이고 경제인 시대다. 우리와 같은 지정학정 위치에 있는 나라는 특히 친구 사귀기, 즉 외교를 잘 해야 한다.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어떤 친구를, 어떻게 사귈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 매일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정몽준 < 국회의원·새누리당 mjchung@n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