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무역협정으로 불똥 튄 '도청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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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개인정보 보호 조항 추가 압박…협상 암초로독일이 미국·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강력한 정보 보호 조항 신설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광범위한 도청을 해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국의 산업스파이 활동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독일이 올해 이뤄지는 ‘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에 정보 보호 조항을 추가하도록 EU 집행위원회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TIP는 미국과 EU 국가들이 경기 회복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이다.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자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는 비상이 걸렸다. 협정에 정보 보호에 관한 조항을 마련하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협상 타결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데다 최악의 경우 협정이 무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당초 정보 보호 조치를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통해 추진할 걸로 전해졌으나, 이번 독일의 입장 선회로 인해 EU 차원으로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이 조항이 모든 개인정보에 관한 것은 아니며 특별히 산업스파이 활동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규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정보기술(IT) 업체 등에 고객정보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정치적 이슈로 분류되는 정보 보호 문제를 무역협정과 결부시키려는 독일의 시도에 대해 EU 관계자는 “TTIP 협상에 잠재적인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