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노후준비 '낭만 모드' 탈피해야

백광엽 금융부 차장 kecorep@hankyung.com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슬로건이 있는 것처럼 한국 사회는 정말 역동적입니다. 변화의 속도는 현기증이 날 정도입니다. 1990년대에 등장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X세대를 다룬 TV 드라마가 벌써 ‘복고’라는 이름을 달고 소비될 정도니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컴퓨터를 쓰면서 달라진 세상을 실감합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간 1980년대 중반에는 가장 앞선 문서작성기가 타자기였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였지요. 군 제대 후 복학하니 그 3년 새 모든 게 바뀌었더군요.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쓴 리포트만 인정하겠다고 해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부팅할 때도, 문서를 작성할 때도 매번 플로피디스크를 갈아 끼우던 ‘도스(DOS)’ 시절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전화기 잭을 컴퓨터에 연결한 뒤 PC통신에 빠졌던 낭만의 밤도 2000년 전후까지 이어졌지요. 마치 공기처럼 지금은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런 호사를 본격적으로 누리기 시작한 지는 불과 10여년입니다. 컴퓨터 없이도 내 손끝에서 모든 것이 가능해진 모바일 세상의 나이는 겨우 5세 정도네요.

그런데 이 같은 속도전과 담을 쌓은 것도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자녀에 대한 한국 부모들의 헌신일 겁니다. 자식의 행복한 삶을 위한다며 여전히 많은 걸 희생합니다. 그런 까닭에 무신경한 노후 대비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지요. 상당수 중·장년층은 ‘어떻게 되겠지’ ‘국민연금이 있잖아’라는 ‘낭만 모드’로 세팅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봐야 합니다. 요즘 자녀들은 부모 봉양을 의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은퇴에 당면해서가 아니라 중·장년 시기부터 실버금융상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경 프리미엄 재테크섹션 ‘베터라이프’가 편안한 노후를 위한 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백광엽 금융부 차장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