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음악시장을 키우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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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혁 문화부 부장대우 yoojh@hankyung.com음원(音源)시장에 대지진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와 카카오가 지난 9월25일부터 음원 유통서비스를 나란히 시작했다. 두 업체는 소리바다, 벅스와 각각 제휴해 갤럭시노트3, 카카오톡이란 플랫폼에서 들을 수 있는 ‘삼성뮤직’, ‘카카오뮤직’을 출시했다. 삼성뮤직은 앞으로 갤럭시노트3뿐 아니라 삼성의 전 휴대폰기기들에도 제공할 전망이다. 삼성뮤직은 멜론 등 기존 사업자들과 비슷한 수익모델이지만, 카카오뮤직은 소셜과 음악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음악서비스다. 사용자의 뮤직룸에서 친구와 함께 음악을 듣고 감성을 공유할 수 있다. 출시 20일 만에 앱 다운로드 수가 500만건을 넘었다.
음원가격 비싸다 vs 아니다 구글도 국내 음원시장에 진출할 채비다. SM엔터테인먼트 등 음악제작사들의 음원유통권을 지닌 KMP홀딩스, 작사·작곡가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과 막바지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조만간 구글플레이에서 곡당 600원씩 다운로드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할 전망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음원 가격이 올 들어 2배나 올랐다는 점이다. 무제한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월정액이 3000원에서 6000원으로 뛰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음원시장은 2011년 기준 6000억원이다. 올해 유료 이용자는 500만명을 헤아린다.
그렇다면 지금의 대격변이 음원시장 1조원, 유료 이용자 1000만명 규모를 향해 순항하는 것인가? 그에 대한 답변은 연 관객 수 2억명을 돌파해 전성기에 들어선 영화산업에서 구할 수 있다. 삼성전자, 카카오, 구글 등이 뛰어든 것은 멀티플렉스(극장)가 늘어난 것에 비유된다. 1998년 첫 멀티플렉스인 강변CGV가 개관한 이후 관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삼성뮤직 등 음원 서비스 플랫폼이 늘면 마케팅이 다채로워져 신규 가입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급성장 영화시장에서 배워야
문제는 가격이다. 영화 관람료는 2000년대 들어 2000원 올라 1만원에 이르렀다. 근 10년 만에 25% 인상했다. 비슷한 기간 음원가격 인상 폭은 무려 100%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선뜻 수용할 수 없다. 일부는 저항하기 시작했다. 저작권위원회가 최근 조사한 결과 대다수 소비자들이 음원서비스 상품별 적정가격을 6000원의 70% 수준인 4250원이라고 응답했다.
서울YMCA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음원권리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다운로드 음원사용료를 인상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음원권리자들은 다운로드 묶음상품에 적용하는 할인율을 없애고 제값을 받자고 주장한다. 곡당 600원을 적용하면 30곡 묶음에 1만8000원인데, 현재 절반인 9000원만 받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곡당 1000원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 가격이 싼 편인데, 거기서 더 깎아줘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일견 맞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동의하는 수준의 합리적인 가격이 뒷받침돼야 시장이 커진다. 음원 가격을 단계적으로 인상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불법시장으로 이탈할 수 있다. 불법 이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죄의식은 여전히 희박하다. 권리자들은 좀 더 참는 게 상책이다. 그사이 정부와 업계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보호 캠페인을 더 펼쳐야 한다. ‘콘텐츠는 더 이상 공짜가 아니다’는 인식이 확고해질 땐 가격을 더 올려도 된다.
유재혁 문화부 부장대우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