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벽' 허무는 남자들

최근 직업세계에서 남녀 성역(性域)이 허물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역할 역전이 여성의 확고한 지위를 갖게 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지만 틈새시장으로 노리는 남성들의 인식변화가 성 구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유치원에서 남자 교사들을 적잖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들은 남자가 유치원 교사를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뿐 아니라, 국군간호사관학교 제 56기 신입생 선발에서 85명 중 남자는 94.3대 1의 치열한 경쟁령을 뚫고 8명이 선발됐다. 이처럼 병원, 요양원에서 남자 간호사에게 돌봄을 받는 일은 흔한 풍경이 됐다.

# 지난 3월 '2013 서울모터쇼'에는 레이싱 걸이 아닌 레이싱 보이가 등장했다. 곳곳에서는 "남자야?"란 웅성거림이 들렸다. 이 같은 파격적인 전략은 성공했다. 아우디 코리아는 여성 관람객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는 것은 물론, 남성 관람객들 또한 색다른 시선으로 다가왔다.

아우디 코리아 관계자는 "당시 전시한 차의 콘셉트가 남성적인 데다 여성일색인 도우미 사이에서 남성이 눈길을 끌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산책하기 좋은 날씨죠?" 뉴스를 듣던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목소리. 2006년 여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기상캐스터 분야에 청일점이 나타나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파격적인 채용에 신호탄을 울린 이재승 JTBC 기상 전문기자. 삼성에 입사해 꿈을 저버리지 못하고 6개월 만에 뛰쳐나온 그는 '금녀의 벽'을 허문 대표적인 사례다.

# 직장인 이은혜(여·28·가명)씨는 회사 근처 네일아트숍에 갔다가 직원이 남성뿐인 걸 보고 잠시 멈칫했다. 그러나 서비스를 받고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씨는 "남자가 손톱을 정리해 준다는게 부담스러웠다. 막상 받고보니 여자보다 더 꼼꼼하고 솜씨도 좋다"며 "여성이 어떻게 하면 더 예쁜지 남자 입장에서 판단해주는 게 오히려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 M 화장품 브랜드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이현준(남·32·가명)씨는 7년째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선망의 직업일 지 몰라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시선이 좋지만은 않았다"면서 "이제는 남성 직원에 대해 고객들도 자연스러워 하고 질문도 많이 해주신다"고 전했다. 옆에서 메이크업 시연을 지켜보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단 한 번의 터치도 꼼꼼하게 심혈을 기울인다. 또 제품의 질감, 특징 등 세부적인 설명 또한 놓치지 않았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