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디자이너 채용시험은…레고 세트 만들기

수년간 베일에 가려졌던 레고의 이색적인 채용 워크숍이 알려져 화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덴마크의 작은 마을로 몰려온다”며 “유능한 지원자들을 본사로 불러 수석 디자이너 앞에서 제품을 만들게 하는 게 특징”이라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고는 바비인형 제조사인 마텔에 이어 세계 2위(매출 기준)의 완구 제조 업체다. 2000년대 들어 인기가 시들해지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최근 몇 년간 ‘해리포터’ ‘호빗’ ‘어벤저스’ 등 블록버스터 영화를 테마로 한 제품을 선보여 큰 성공을 거뒀다. 현재 레고의 수석 디자이너는 약 200명이다. 이들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바닥에 주저앉아 레고 모델을 만들었다 부쉈다를 반복하는 것. 지원자들이 직접 디자인하는 모습을 보면 다른 형태의 면접보다 더 정확한 실무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게 레고 측 설명이다.

디자인 학위나 경력이 필수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레고 지원자들의 경력과 국적은 다양하다. 퇴역 군인, 의료업계 종사자 등이 뉴질랜드, 브라질, 대만, 인도네시아,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다. 현재 레고 스타워즈 팀에서 가장 유능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커트 크리스타안센(40)은 트랙터 정비공 출신이다.

레고에서 디자이너가 되려면 ‘유머 감각’은 필수다. 아무리 잘 만든 작품도 장난감으로서의 재미가 빠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