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영웅' 故 채명신 장군 "사병묘역에 묻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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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장군의 사병묘역 안장'지난 25일 별세한 고 채명신 (예비역 중장) 초대 주월남한국군 사령관이 사병 묘역에 안장된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27일 “파월 장병이 묻혀 있는 사병묘역에 묻어달라”는 고인의 유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28일 오전 7시 현충원으로
별세한 장군들은 현충원에 마련된 장군 묘역에 안장된다.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3조는 군인과 군무원의 묘역을 ‘장군 묘역’ ‘장교 묘역’ ‘사병 묘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고인은 눈을 감기 전 유족에게 사병 묘역에 묻히길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사령관님이 평소 ‘장군 묘역에 안 간다. 월남전(베트남전) 전우들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사후에 이들과 서울 동작동에 같이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처음엔 국방부가 난색을 표했다. 장군이 사병 묘역에 안장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채 장군의 부인 문정인 씨가 남편의 유언을 받아들여 달라는 취지로 청와대에 편지까지 보내자 결국 국방부는 고인의 유언을 수용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장군 신분으로서 장군 묘역 안장 혜택을 포기하고 베트남전 참전 전사자와 함께하겠다는 고인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서울현충원 사병 묘역 안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유족에게 정부의 결정을 전달했다.
장군이 사병 묘역에 안장되는 것은 1955년 현충원이 만들어진 이후 처음이다. ‘베트남전 영웅’인 고인이 부하들과 함께 묻히게 될 묘지 크기는 일반 사병과 같은 3.3㎡이다. 김형기 서울현충원장은 “고인의 묘지와 비석 크기는 일반 사병과 같다”면서 “파월참전자회장을 맡았던 고인이 추모행사를 해 왔던 2번 사병 묘역에 안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인은 28일 오전 7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