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엔低 베팅'

日, 경기부양 강화 움직임에 이달말 선물매도 6년來 최대
일본 엔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책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엔화를 팔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초 엔저(低) 베팅으로 재미를 봤던 거물급 펀드매니저 등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11월 마지막주 엔화 쇼트 포지션(매도) 규모는 140억달러(약 14조8000억원)로 2007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연초 하락세를 보이던 엔화는 일본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움직임이 둔화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5월에는 달러당 94엔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달 들어 달러화 대비 4% 가까이 평가절하되는 등 약세로 돌아섰다. 이번 주에는 달러당 102엔대로 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엔화 가치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달러화 대비 22% 폭락했다. 조지 소로스 등 거물급 펀드매니저들은 올초 큰 수익을 냈다.

최근 달러 강세와 엔 약세가 겹치면서 엔저 흐름은 더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곧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폴 램버트 런던 인사이트인베스트먼트 외환담당자는 “엔화 비중을 줄이고 있고, 이달 들어 엔 약세에 베팅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었지만 앞으로 더 풀어야 할 것”이라며 “성장 동력을 유지하려면 엔화 추가 약세 등 부양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엔저 영향으로 수출업체 실적이 개선되면서 일본 증시는 급등하고 있다. 지난 28일 닛케이225지수는 15,727.12로 마감하며 2007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케이225지수는 올초 대비 현재까지 51.3% 급등했다. 도쿄증권거래소(TSE)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의 증시 투자 규모는 13조엔(약 134조4600억원)에 이른다. 이달 중순까지 외국인의 매수 규모만도 2조엔(약 20조원)에 달해 연말까지 투자 금액은 10조엔을 거뜬히 넘을 전망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