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관광객 수요 늘어나는데…청와대-서울시, 레지던스 '엇박자'

뉴스 포커스 - 준공업지역에 '허용' vs '안된다'

준공업지역에 허용하면…市 "주거여건 나빠진다"
취사시설 있어 외국인 선호…정부, 市가 규제완화에 역행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양평동, 구로동에 생활형 숙박시설인 ‘서비스드 레지던스’ 세 곳을 운영 중인 A사는 몇 년 새 빈 객실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호황을 맞고 있다. 취사시설을 갖춘 이곳의 하루 객실 요금은 일반 호텔보다 상대적으로 싼 5만~6만원. 여의도에 근무하는 외국인 금융맨들이 1~2개월 투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늘어나는 레지던스
한류 열풍 등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단기 체류 숙박시설인 레지던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1988년 서울올림픽 때 국내에 처음 도입된 레지던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여곳이 넘는다. 소규모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다는 게 서울시의 추산이다. 레지던스는 유럽에선 보편화된 시설로, 일반 호텔에 비해 요금이 저렴하고 취사시설까지 갖춰져 있어 외국인들이 선호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레지던스 중 합법 시설은 2~3곳에 불과하다. 대부분 업무용 오피스텔로 등록한 뒤 숙박시설로 개조했다. 대법원은 2010년 호텔업계의 고발을 받아들여 오피스텔을 무단 개조해 숙박시설로 영업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2012년 초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존의 관광, 일반 숙박업에 레지던스가 포함된 생활 숙박업 제도를 신설해 레지던스 업계의 합법화 길을 열어줬다. 정부는 이어 지난해 7월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부처 합동으로 마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서비스산업 정책 추진방향 및 1단계 대책’을 통해 준공업·준주거지역에도 설립을 허용키로 했다.

○“주거여건 악화”… 서울시는 불허 문제는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조례 개정을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민주당)은 준공업지역에 설립할 수 있는 숙박시설에 레지던스를 추가하는 내용의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상임위인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서 보류됐다. 서울시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었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준공업지역에 주거시설도 많이 들어온 상황에서 레지던스를 허용하면 주거 여건이 나빠질 수 있다”며 “레지던스를 허용하면 준공업지역 내 설립을 제한하고 있는 모텔·여관 등 일반 숙박시설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레지던스가 몰려 있는 지역의 절반 이상이 영등포구 등 준공업지역이라는 점도 문제다. 여의도와 가깝고 지하철 2·5호선이 지나 도심과의 접근성이 뛰어난 영등포에만 10여곳의 레지던스가 몰려 있다. 서울시 조례가 개정되지 않는 한 불법시설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준공업지역 규모는 27.71㎢로, 영등포 구로 금천 도봉 양천 등 9개구에 있다.

일각에선 서울시가 규제 완화를 내건 정부의 방침에 지나치게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정부가 규제 완화를 요구해도 ‘불허’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갈등이 우려된다.

■ 서비스드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 주거용 오피스텔에서 청소 세탁 등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기 체류 숙박시설. 외국인 직장인 및 관광객, 유학생 등이 주로 이용하며 하루 숙박료는 5만~15만원으로 호텔보다 저렴하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