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주 기업은행장 "기술금융 확대위해 이공계 채용 늘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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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CEO의 새해 구상“기업은행의 다음 목표는 창조금융과 기술금융을 정착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이공계 출신 인재를 더욱 많이 뽑을 계획입니다.”
외형 성장보다 내실 다지는데 중점
기업銀 공공기관 재지정엔 부정적
권선주 신임 기업은행장(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확고한 어투로 이같이 밝혔다. 기업은행장에 선임된 직후 ‘한국 최초의 여성은행장’으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을 때와 같은 상기된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차분한 말투에 강인함까지 더해진 느낌이었다. 권 행장은 “쏟아지는 축하 인사에 더욱 어깨가 무거워진다”며 “금융권의 관심이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기업은행이 추진할 기술금융 지원과 확산으로 옮겨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사문제 다양화해 이공계에 기회 줄 것
권 행장은 인터뷰 내내 기업은행이 금융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으키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중 하나가 기술력이 우수하지만 담보가 없는 취약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권 행장은 이를 위해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이공계 출신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3년 기준 기업은행의 대졸공채 인원 450명 중 이공계 출신은 16% 수준으로 인문·사회, 상경계열 출신에 비해 턱없이 적다.
권 행장은 기업은행의 채용 과정과 문화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하겠다는 복안이다. 채용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논술시험 문제를 지금까지는 경제·금융이나 인문·사회 부문에서 출제했는데 앞으로는 이공계 분야 주제도 추가해 이공계 인력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줄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보다 많은 이공계 출신이 은행 취업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 행장은 “이공계 채용을 할당하면 금융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이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이공계 출신이면서도 은행 업무에 관심이 있는 학생을 추려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창조경제 지원을 위해 기존 기술평가 전담조직도 확대한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7월 전기, 전자, 정보통신, 자동차 등의 전문가 9명으로 기술평가 전담조직을 신설한 바 있다. 권 행장은 “상반기 중에 기계 금속 분야 전문인력을 더 확충할 것”이라며 “3월까지는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총한도 500억원 규모의 ‘지식재산권 담보대출’도 출시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인 송해 씨와 광고모델 계약 1년 연장
권 행장은 내실을 다지는 것도 목표로 세웠다고 밝혔다. 한국도 과거와 같은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힘든 상황에서 자산 규모, 시장 점유율 같은 외형 성장에 기대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시간이 걸리고 다소 더디게 느껴지더라도 기업은행의 기초를 더 탄탄하게 닦는 사업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점포 운영, 비용 집행 부문을 재점검해 거품을 없앤다는 방침이다. 방치된 공중전화 부스와 자동입출금기(ATM)를 결합한 ‘길거리 점포’를 늘리기보다는 기존 점포를 재배치할 계획이다. 다만 방송인 송해 씨와의 광고모델 계약은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 일각에서 기업은행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려는 움직임에도 적절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권 행장은 “2012년 1월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이후 자율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지원 강화 등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다”며 “시중은행과 거의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 상장도 돼 있는 만큼 정부에 잘 설명하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