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총장의 '파격 실험'…검찰 간부 442명 인사

檢 신뢰회복 승부수…女검사도 요직 발탁

'특수 수사' 서울중앙 3차장 유상범…2차장 윤웅걸
이영주 부천지청 차장·김진숙 대검 미래기획단장으로
'국정원 수사' 윤석열·박형철은 대구·대전 고검 이동
“한마디로 하방(下放·중국에서 당원 등 중앙 관료들을 농촌을 비롯한 지방으로 보낸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0일 법무부가 발표한 고검 검사(부장검사급) 인사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근래 보기 드문 ‘파격적 조치’라는 평가다. ‘일하는 검찰’로 조직을 재편해야 한다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의지가 곳곳에 배어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검찰의 신뢰 회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선 검사들은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으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28명 중 26명이 일선 지·고검으로 발령 난 점을 꼽았다.

대형 기업사건들을 지휘하며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여환섭·윤대진·박찬호 특수1·2·3부장이 대전·광주·인천지검 형사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대표적이다. 형사1~8부장들도 그동안 법무부와 대검의 요직을 꿰찼지만 이번에는 부산·청주·광주 등 전국 형사부로 흩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민생과 밀접하게 관련된 형사부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라는 총장의 평소 지론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경력 20년 이상의 고참 검사들로 서울중앙지검에 ‘중요경제범죄조사팀’을 신설해 경제 관련 장기 미제 사건들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형사부 강화는 김 총장이 2012년 한상대 전 총장의 사퇴 이후 총장 직무대행을 맡았을 때부터 강조해 왔다. 형사부는 폭주하는 사건으로 업무 부담이 많음에도 인사에서는 특수 공안 등 다른 직군에 밀려 일선 검사가 기피하는 부서로 꼽혀왔다.

지청장 등 핵심 보직에 여검사들을 대거 발탁한 점도 특징이다. 여검사 중 ‘맏언니’격인 조희진 검사장(서울고검 차장검사)에 이어 ‘넘버2’로 불리는 이영주·김진숙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2기)는 각각 부천지청 차장과 대검 미래기획단장·형사정책단장으로 발탁됐다.

후배 기수들인 최정숙 통영지청장, 노정연 공주지청장, 이노공 영동지청장, 황은영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안미영 법무부 인권정책과장, 홍종희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 박지영 대검찰청 피해자인권과장 등도 중용됐다. 최근 여검사의 비중과 역할이 커지고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한 배려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지검 차장, 대검 기획관 등 핵심 보직에는 사법연수원 21·22기가 전진 배치됐다. 주요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간부의 기수를 상향 조정해 수사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일선 공안부장에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대비, 전문성을 갖춘 우수 자원을 배치함으로써 선거사범에 엄정 대처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선 검찰청의 수사 역량 확충을 위해 연수원 30기에 대한 부부장 승진 인사는 하지 않았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둘러싼 논란으로 법무부 징계를 받았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대구고검 검사로,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은 대전고검 검사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