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기술혁신 '지지부진'…글로벌 경제 '성장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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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집중분석 - 세계 노동생산성 증가율 3년째 '내리막'세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점점 둔화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민간 시장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세계의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3년 연속 하락했다.
선진·신흥국 모두 하락
日, 2013년 1.3% 증가 그쳐…중국도 10년來 가장 낮아
한국, 세계 평균 밑돌아
1인당 생산성 美 절반 수준…서비스업 '낮은 경쟁력' 문제
2008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에다 제대로 된 구조개혁이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1년 이후 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각종 규제 장벽에 가로막힌 서비스업 분야가 한국의 생산성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생산성, 기술혁신 모두 부진
근로 인구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의 하락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이 2년 연속 0.9% 증가에 그쳤고, 일본은 2012년 2.3%에서 지난해 1.3%로 떨어졌다. 선진국 중에선 유럽만 2012년 0.1%에서 지난해 0.5%로 나아졌다. 재정위기 이후 각국이 구조조정에 힘쓴 결과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진하다.
신흥국도 개선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중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11년 8.8%에서 지난해 7.1%까지 낮아졌다. 지난 10년 내 가장 낮다. 인도도 같은 기간 5.8%에서 2.4%로 반토막났다. 중국과 인도의 생산성은 각각 미국 대비 17%, 8%에 그쳤다.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은데도 벌써부터 증가세가 느려지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압둘 에룸반 콘퍼런스보드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에 쉬운 혁신의 시대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로 ‘프런티어마켓’으로 구성돼 있는 동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지난해 지역 평균 1인당 노동생산성이 3%, 2.1%씩 증가했다.
노동 외에 자본 등 다른 요소들을 반영한 총요소생산성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법·제도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각국의 기술혁신 정도를 분석할 때 쓰인다. 지난해 세계 평균 총요소생산성은 0.1% 감소했다. 기술혁신이 퇴보하고 있는 셈이다. 콘퍼런스보드는 “올해엔 미국 경제가 나아지면서 세계 평균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3%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한국 한국의 지난 3년간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 평균은 1.26%다. 세계 평균(2.03%)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 근로자의 57.8%에 그쳤다. 시간당 생산성은 더 나쁘다. 미국의 48%에 불과해 세계 30위다. 과도한 복지로 재정위기를 맞아 ‘게으른 국가’라는 지적을 받았던 그리스(29위)보다 못하다. 총요소생산성도 지난해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서비스업 생산성이 지나치게 낮은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업은 ‘고용의 저수지’로 불린다”며 “제조업 부문 일자리가 줄면서 질 낮은 인력들이 끊임없이 서비스업으로 몰려가 고여 있다”고 말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한국에서 고용이 늘어난 부분은 정부가 만든 사회복지서비스업과 자영업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긴 것도 이유로 꼽힌다. 강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연간 424시간이나 더 일할 정도로 과도하게 근로시간이 길다”고 지적했다.
■ 노동생산성
일정량의 노동을 들여 얻을 수 있는 생산량을 말한다. 근로자 1인 혹은 시간을 기준으로 삼는다. 노동생산성이 좋아지면 기업은 같은 노동력을 투입하고도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기업의 이윤이 늘어난다.
남윤선/서정환/김동윤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