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오비팔아 4조 챙긴 KKR, 세금 '먼저' 내겠다는 셈법은…

외국계 사모펀드 자발적 납부 이례적
세금조사 받기 전 자발적 납부 절세 노려…국세청은 '난감'
국부펀드 등 최종투자자 면세여부가 쟁점
▶마켓인사이트 1월21일 오전 5시2분

오비맥주를 58억달러에 벨기에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에 매각하기로 한 사모펀드(KKR,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국세청이 ‘세금 분쟁’ 2라운드를 맞았다. 국세청이 작년 11월 이들 사모펀드의 국내 법인이 오비맥주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세금을 물린 데 이어 이번엔 오비맥주 매각 차익에 대한 법인세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사모펀드 측 “법대로 하겠다”

오비맥주 매각 측은 21일 “과세 대상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거래 시점에 납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필요 서류를 신고 기한 이전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모펀드가 자발적으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첫 사례”라는 점도 덧붙였다. 국세청에도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업계를 비롯해 세무 당국에서조차 어피니티 측의 행동을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껏 해외 사모펀드들은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나오면 ‘갑론을박’을 벌인 끝에 적당한 선에서 세금을 내곤 했다.

전문가들은 KKR 등이 국세청에 공을 넘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오비맥주를 매각한 주체의 최상위 투자자(LP)가 누구인지 등을 정확히 밝혀 면세 대상이면 면세를 받고, 세금을 내야 하는 투자자는 세금을 내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결정은 국외투자기구(OIV· Overseas Investment Vehicle) 제도의 개정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해외에 있는 법인이 한국 자회사에서 배당을 받는 등 과세 대상 행위가 발생할 경우 조세조약 제한세율 신청서를 제출해 면세를 국세청에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2012년 7월부터 주식 양도차익도 신청 대상에 포함됐다. 어피니티 관계자는 “종전엔 양도차익 과세 기준이 불분명했지만 OIV 제도에 양도차익이 포함되도록 세법이 개정되면서 과세 근거가 명확해졌다”며 “이에 따라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세청 해외 연기금 조사 ‘부담’

KKR 등이 ‘자발적 신고’로 치고 나오면서 국세청이 어떤 전략을 취할지도 관심거리다. 국세청으로선 이들이 제출한 LP의 국적이 미국, 영국 등 조세조약을 맺은 국가에 존재하는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외국계 사모펀드 관계자는 “법대로라면 제출 서류에 나온 대로 과세를 결정하면 되지만 금액이 국세청 예상을 밑돌 경우 정밀 조사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세청으로선 쉽게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관측도 있다. 오비맥주를 매각한 사모펀드의 LP 대부분이 글로벌 연기금이나 국부펀드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후진적인 과세 방식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홍콩, 케이맨제도 등 양도차익 면세 대상 국가가 아닌 곳에 있는 LP들은 과세 대상이다. 하지만 최종 투자자 대부분이 면세지역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세금을 내는 시기는 올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배당에 대한 과세 논란도 지속될 전망이다. 국세청은 KKR 등이 국내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인 몰트홀딩이 그간 받은 7100여억원의 배당금에 1500여억원의 법인세를 내라고 통지했다. 사모펀드 측은 조세심판원에 불복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한 세무 전문가는 “국세청의 논리는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에 대해 모두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라며 “외국계 사모펀드들로선 해외 투자자들을 감안할 때 불복심판을 철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박동휘/임원기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