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사상 초유의 예산안 재의 요구

"혁신학교·선심성 사업 470억 증액 안돼"…시의회와 갈등 격화

"교육청 사업 예산은 삭감"…시의회 "정치적 요구" 일축
민주당 장악…재의 어려울 듯
서울시교육청이 시의회를 통과한 2014년도 예산안을 사상 처음으로 거부한 데 이어 21일 재의를 공식 요구했다.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 등 전임 곽노현 교육감의 정책을 놓고 시교육청과 민주당을 주축으로 하는 시의회 간의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30일 시의회에서 수정 의결된 ‘2014년 교육비 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에 대해 다시 심의해줄 것을 요청하는 ‘재의요구서’를 21일 시의회에 제출했다. 시교육청은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금액을 늘리거나 새로운 비용 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지방자치법 127조 3항을 위반해 의결됐기 때문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교육청은 시의회가 지역구 사업과 혁신교육지구 지원 등에 470억원을 증액하는 대신 시교육청 추진 사업 예산을 증액분만큼 줄인 데 반발해 해당 예산안에 대해 부동의한 바 있다. 시교육청이 시의회가 의결한 예산안을 부동의하고 재의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가 된 증액 예산은 △시설사업비 312억원 △학교 비정규직 처우개선비 21억원 △혁신교육지구 22억원 등이다. 재정 여건상 증액 규모가 과다하고 의원들의 지역구가 속한 특정 지역에만 예산이 편중됐다는 게 시교육청의 주장이다. 시교육청과 시의회는 2012년 12월 문용린 교육감이 취임한 이후 1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다. 문 교육감이 전임 곽 교육감의 핵심 정책이었던 혁신학교와 학교인권조례 등을 대폭 수정하려고 하자 시의회가 강력 반발한 것이다.

시의회에서 예산안이 부결되면 교육청은 예산을 새로 편성해 제출하면 된다. 그러나 전체 시의원 114명 중 67.5%인 77명이 시교육청과 대립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이어서 기존 예산안이 다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대법원에 제소해 적법성을 가릴 방침이다.

이에 대해 시의회 민주당 대변인인 김문수 시의원은 “재의 요구가 정치적인 것이어서 명분이 없다”며 “표결에 부쳐지더라도 재의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회의 재의가 6·4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재의 요구는 본회의 개회 일수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처리하면 되기 때문에 시의회가 지방선거 이전까지 본회의는 하루이틀만 하고 계속 임시회를 열면서 재의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교육청은 당초 의결된 예산안대로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재의 요구는 새 지방의회 구성과 함께 폐기된다. 시의회가 재의를 하지 않으면 시교육청은 대법원 제소도 할 수 없다. 시의회 민주당 관계자는 “재의 안건으로서 가치가 없기 때문에 재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먼저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재의(再議) 요구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에 해당하거나 법령에 위반될 때 또는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될 때 지방자치단체장이 다시 의결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 의결 사항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가능하다. 지방의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기존과 같게 의결하면 확정된다.

강경민/강현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