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석탄의 부활, CO₂강박관념 벗어나는 EU

산업혁명 시대의 유물처럼 인식돼 왔던 석탄이 유럽에서 다시 주목받는다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유럽의 석탄 수입량은 2012년 32%나 급증했다. 지난해 독일의 석탄 발전량도 199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천연가스 발전량의 세 배에 달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소비량이 40% 늘어났다. 최근 5년간 유럽 전체 평균으로도 해마다 3~6%씩 사용량이 늘고 있다고 한다.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한때 더러운 연료로 전락했던 석탄이 부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값이 싸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난을 겪은 유럽 발전소들의 자금사정이 주된 원인이다. 친환경도 좋지만 경제성은 엄연한 현실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붐도 유럽의 에너지 판도를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발 원가절감으로 미국 제조업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아온 셰일가스 혁명은 필연적으로 미국의 석탄값을 떨어뜨렸다. 1860년대부터 석탄을 채굴해온 콘솔에너지사는 지난해에만 광산 다섯 곳을 매각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게 유럽 발전업계에는 새로운 기회였다. 개방된 국제 밸류체인은 셰일가스 때문에 밀려난 미국 석탄을 유럽으로 향하게 했다.

유럽은 가뜩이나 에너지 고비용 구조다. EU 집행위 보고서에 따르면 EU 내 산업용 전력요금은 미국보다 2배, 중국보다 20%나 높다. 산업용가스는 미국·러시아의 3~4배에 달한다고 한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분야일수록 값이 싼 석탄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눈앞에서 국제경쟁의 승패가 오가는 판에 과학적 판명도 명확지 않은 콤플렉스에 갇혀 있을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최근 우드팰릿(파쇄목) 파동도 EU 내 에너지 패러독스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20%를 친환경신재생 에너지로 채운다는 목표 아래 우드팰릿 사업을 대대적으로 시작했으나 목재값만 급등시키고 숲까지 파괴해 감축과는 더 멀어졌다는 비판이 일었다. 석탄의 재발견은 ‘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EU의 새로운 전환이다. 한국은 여전히 에 갇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