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기업간 현금보유액 격차 벌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 간 현금보유액 격차가 확대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의 조사보고서를 인용, 세계에서 가장 큰 비(非)금융기업 약 3분의 1이 2조8000억 달러(약 2987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S&P 글로벌 1200 지수에 편입된 비금융기업의 32% 가량이 전체 현금의 82%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전과 비교할 때 더 적은 수의 기업이 더 많은 액수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추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기업간 현금보유액 양극화가 심화됐음을 시사한다.

딜로이트의 인수 합병(M&A) 부문 책임자인 레인 맥밀란은 "올해 설비 투자나 거래 성사를 통한 경기회복 추세가 본격화될지 여부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소수 기업의 의사결정에 달려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의 경우 지난 회계연도 말 기준으로 현금보유액이 1500억 달러(약 160조원)에 달해 비금융기업 전체 현금보유액의 5%를 차지했다.

금융위기 발발 전인 2007년만 해도 25억 달러(약 2조7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기업이 갖고 있는 현금 총액은 전체 기업 현금보유액의 76% 수준이었다.

딜로이트의 이번 조사는 많은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이 더 많은 투자를 하기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최근 공개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 투자자의 58%가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을 설비투자에 쓸 것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67%는 기업들의 투자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으며 자산운용가의 3분의 1 가량은 기업들이 주주에게 더 많은 현금을 돌려주길 원한다고 응답했다.

스탠더드라이프인베스트먼트의 키스 스키오치 수석 펀드매니저는 "많은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이 투자를 얼마나 하느냐가 올해 경기 회복세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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