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악성 이면합의 배임으로 다스려라

정부가 38개 중점관리대상 공공기관에 대해 단체협약 개정을 올해 상반기 중 끝내도록 데드라인을 정할 것이라고 한다. 공공기관이 방만경영을 해소하기 위한 자구계획을 아무리 내놔도 노사합의 없이는 무용지물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정부는 공공기관이 임금과 복리후생을 늘리는 수단으로 악용해 왔던 이른바 이면합의를 철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양대 노총과 공공기관 노조는 단협 개정 자체를 거부하기로 결의한 데 이어, 헌법 소원을 내고 현오석 부총리를 부당 노동행위로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는 모양이다. 염치가 없다.

일부 공공기관이 정부의 요구에 마지못해 공개한 이면합의 내용을 보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다. 자사주 무상지급, 복지카드, 콘도 회원권 등도 부족해 축하금, 장려금, 위로금, 생일 선물에 온갖 명목의 수당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여기에 인사고과, 자동승진, 고용세습, 인력배치, 정년연장 등 노조가 공공기관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통로로 삼은 것도 바로 이면합의였다. 이것도 지난 달 말까지 신고를 마친 30여개 공공기관이 이런 정도다. 전체 295개 공공기관 중 아직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신고 자체를 꺼리는 기관의 이면합의까지 공개되면 또 무슨 숨겨진 특혜가 드러날지 모른다. 실상이 이런데도 반성은커녕 오히려 이면합의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노조들도 있다. 별도협약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말장난만 화려해지는 꼴이다. 이런 게 이면합의가 아니면 왜 그동안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했다는 것인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아무리 뒤져도 알 수 없는 이런 밀약 자체가 국민재산을 탈취하고 유용한 행위에 다름아니다. 이야말로 배임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다.

이면합의를 뿌리뽑지 못하면 공공기관 개혁도 없다. 정부는 모든 공공기관의 이면합의를 낱낱이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전·현직 가릴 것 없이 악성 이면합의를 주도한 경영자와 노조에 대해서는 모조리 배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정작 소송을 해야 할 쪽은 노조가 아니라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