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日, 온돌로 세계 바닥난방시장 잠식…온돌종주국 한국 세계문화유산 등록해야"

12년째 국제온돌학회 이끄는 김준봉 교수

온돌 보편화된 나라는 한국뿐…정부차원서 종주국 홍보 나서야
“온돌이 갖는 한국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온돌의 문화성을 보존하기 위해 온돌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꼭 등록해야 합니다.”

국제온돌학회를 만들어 12년째 학회를 이끌고 있는 김준봉 베이징공업대학 교수(사진)는 ‘한국 온돌 전도사’로 불린다. 지난 5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한 그는 “한국 전통문화인 온돌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세계 바닥난방시장에서는 독일과 일본에 밀린다”며 “한국이 하루빨리 온돌 종주국임을 세계에 선포하고 관련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국에서 20여년간 건축학자로 활동하면서 한국 온돌문화를 연구해온 온돌 전문가다. 2002년엔 그가 주도해 국제온돌학회도 설립했다. 그의 노력이 결실 맺어 국토교통부는 올 상반기 중 온돌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타당성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건축사로 활동하다가 1993년 옌벤과학기술대 설립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중국과 인연을 맺었다. 옌벤과기대 교수로 중국 동북지역 전통 민가를 연구하면서 온돌 문화에 심취했다.

김 교수는 “역사적으로 세계에서 온돌을 보편적인 난방으로 사용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 온돌을 사용한 유적이 발견됐지만 이는 귀족 등 일부 계층에 한정된 것이지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입식난방인 ‘캉’도 고구려에서 유래된 변형이며 현재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온돌문화는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입식난방 중심이었던 중국 독일 일본 등에서 바닥난방인 온돌이 새 난방 방식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상하이 난징 등 난방 문화가 없던 중국 남쪽지역에서 새로 지어진 고급 주택의 상당수가 온돌을 채택하고 있어요. 온돌이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면서도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진 때문입니다. 당분간 온돌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보일러 바닥재 등 온돌시장에서 종주국인 한국이 독일과 일본 제품에 밀리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독일과 일본의 제품 가격이 더 비싼데도 그렇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한국 바닥난방 업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마케팅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며 “한국이 온돌 종주국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온돌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 정부도 국가전문자격으로 올해 처음 온돌공 시험을 도입하는 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정부가 나서 온돌기술 수출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