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역경 속 꽃핀 재능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헨리에테 로너 크니프의 ‘티타임’(1905, 캔버스에 유채)
열 살 적에 아버지의 눈이 멀었다. 가족의 생계가 막연해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화가였던 아버지는 딸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전했다. 딸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해 열다섯 살 때 그림을 팔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개의 습성을 예리하게 묘사한 그의 그림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세월이 흘러 그는 벨기에인과 결혼했고 여섯 아이의 엄마가 됐다. 그러나 병약한 남편을 대신해 또다시 생활전선에 나서야 했다. 이번에는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었다. 프러시아 왕과 벨기에 여왕이 그를 후원했고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 예술사에 이름을 올린 그는 헨리에테 로너 크니프(1821~1909)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