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미술관에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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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센터, 저녁 6시 문 여는 이색 기획전 '6-8' 눈길저녁 6시. 낮의 미술관이 문을 닫고 새로운 미술관이 문을 연다. 이 새로운 미술관의 전시는 화이트 큐브(하얀 실내의 전시장)가 아니라 미술관의 내밀한 공간에서 마치 보물찾기하듯 이뤄진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다음달 29일까지 열리는 설치미술전 ‘6-8’이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전시 공간으로 사용된 적이 없는 건물 내외의 부속 시설과 유휴공간을 활용해 관객들에게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전시는 다른 미술관들이 문을 닫는 6시부터 진행돼 관람시간의 통념부터 깬다. 전시가 이뤄지는 곳도 일반 전시장이 아니라 미술관 안의 한옥, 정원, 주차장, 사무실 복도, 배전실, 사무 공간 등 평소에 공개되지 않았던 미술관의 사적인 공간이다. 관람객은 미술관이 배포한 지도를 들고 건물 안팎을 마치 보물찾기하듯 돌아다니며 발견의 기쁨과 색다른 미적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로와정, 리경, 염중호, 프로젝트 그룹 ‘이악’ 등이 참여해 13점의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로와정의 ‘빛과 그림자’는 정문 앞의 주차요원 키오스크에 화려한 조명을 장치하고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선율을 흘린다. 리경은 아트선재센터 안의 한옥 내부를 안개로 채우고 레이저를 투사해 관객을 동양적 명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악’의 두 멤버인 권병준과 김근채의 ‘서울 비추기’는 관객이 컴퓨터가 장착된 손전등을 어두컴컴한 공간을 향해 여러 각도로 비추면 그때마다 헤드폰에서 다양한 소리가 흘러나오는 일종의 ‘소리 등대’다. 또 이원우의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안개가 자욱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온실 속에서 외부세계와의 단절을 경험하도록 했다. 이범구 아트선재센터 대표는 “낯선 시간에 낯선 곳에서 이뤄지는 전시를 통해 관객에게 색다른 예술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한편 아트선재센터는 최근 1층에 운영하던 음식점과 카페를 없애고 이곳을 예술 애호가와 일반인을 위한 예술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대적인 내부공사에 들어갔다. 전시 문의 (02)733-8945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