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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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내년 초부터 차량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을 주거나 부담금을 매기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수입차 밀어주기인 동시에 소비자에게 환경 부담금을 전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시행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환경부도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방향으로 준비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시행 시기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유예기간 없이 실시하면 경쟁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한다. 환경부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각종 저탄소차와 소형차 소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중대형차 비율이 기형적으로 높은 한국 자동차시장을 소형차 위주로 재편하기 위해 탄소 부담금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중대형차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소형차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날로 강화되고 있는 선진국의 온실가스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매를 먼저 맞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반면 반대하는 쪽에선 이 제도가 졸속 입법으로 탄생한 데다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강조한다. 5년 전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이 제도를 실시한 프랑스를 대표 실패 사례로 꼽는다. 프랑스는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이지 못하고 자동차 산업 경쟁력만 약화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차량 구입자에게 징벌적 부담금을 매기는 것은 과도하다는 점도 근거로 내세운다. 찬반이 팽팽히 맞선 이 주제를 놓고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가 찬성편을 대표했고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반대편에 섰다.
찬성 친환경·소형차 확대가 목적…해외 온실가스 규제 대응해야
정부는 지난 1월 2020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부문별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온실가스를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줄이자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산업, 수송, 건물 등 7개 부문별 감축 정책과 이행 수단을 포함하고 있다. 이 중 수송 부문의 감축률은 34.3%로 산업 부문의 18.5%에 비해 월등히 높다. 정부는 이런 전략에서 내년에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프랑스 등에서 시행한 것을 우리 실정에 맞게 제시한 제도다. 기준치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는 보조금을 주고, 많이 배출하는 경우 부담금을 물리는 제도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배기량이 작은 자동차 수가 많기도 하지만 이 제도 덕분에 2008년부터 판매된 신차 중 대형차 비중이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제도 시행 이전 자동차 한 대당 연평균 1.6g/㎞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던 것에서 제도 시행 이후에는 연평균 4.1g/㎞ 감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평균 온실가스 및 연비 배출 규제만을 적용했을 때 미흡한 저감량을 소비자의 선택으로 보완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온실가스 및 연비 배출 규제가 시행되고 있어 이중 규제가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온실가스 및 연비 배출 규제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대상이다. 반면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소비자에게 보조금 및 부담금을 적용하는 것이다. 소비자 선택으로 이산화탄소를 과다 배출하는 자동차에 대한 소비문화를 개선하도록 초점이 맞춰져 있다.국내 중대형차 73% 차지…부담금 높여 소유구조 바꿔야
당연히 자동차업계의 반발이 크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도입으로 판매 이윤이 많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대형차 판매가 줄어들면 그만큼 회사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걱정하기 때문이다. 최대 700만원으로 제안된 부담금이 과다해 자동차 소비 위축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적은 부담금은 실효성이 없다.
이 제도의 근본 목적은 소형차 시장을 확대해 미래 수익성을 더 높이고, 고유가에 대비하면서, 수출용 친환경차 생산 모델을 확보하도록 하는 데 있다. 특히 선진국과는 반대로 중대형차가 전체 자동차의 약 73%를 차지하는 국내의 기형적인 자동차 소유 구조를 바꾸려 한다는 취지에서 다소 높은 부담금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중대형에서 친환경차나 경소형차로 가는 대체효과가 생길 것이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강화되는 외국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유럽은 온실가스 규제를 위해 2015년 130g/㎞로 설정한 자동차 한 대당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을 2020년까지 95g/㎞로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은 2015년 146g/㎞에서 2025년 89g/㎞까지 높인다. 캘리포니아 등 미국 내 11개 주는 2018년부터 친환경 자동차 판매 의무제도 시행한다. 2025년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16%를 친환경차가 차지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도입하면 국내 제조업체가 판매하는 신차의 경우 배기량이 작은 차종으로 일부 물량이 옮겨갈 수 있다. 이익은 다소 줄어들 수 있겠지만 제조업체의 존립이 문제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최근 모터쇼에 출품되는 차를 보면 세계는 이미 저탄소차 중심으로 라인업이 형성되고 있다.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기술력 및 상품성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차종별로 동급연비가 세계 1등이 되는 차를 개발해 뒷받침해야 한다.
소비자의 태도 변화와 시장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미래의 소비자는 젊은 세대들이다. 구성원이 적은 가족, 혼자 사는 싱글족, 그리고 노인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대형차 수요가 계속 늘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소형 자동차 경쟁력이 강한 일본이나 독일이 1, 2인승 전기자동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외국서 이미 연비경쟁 치열…미국도 저감 차량 구입 유도
에너지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배출권 거래제, 2020년 이후의 기후변화협약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필요하다. 2011년 ‘더반 플랫폼’으로 알려진 국제협의에서는 신(新)기후체제 출범이 확정됐다. 2013년에는 모든 국가가 2020년 이후의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마련해 2015년까지 제시하기로 합의하는 등 국제 공조와 감축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3년 6월 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을 포함한 ‘기후변화 대응비전’을 발표했다. 중국과 함께 수소불화탄소 생산·소비 감축 합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실증 프로젝트 등 상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적극 나서 양자 간 협의를 하고 있는 점은 기후변화협약 체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2010년 기준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 국가이며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많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이 같은 세계 동향에 대응, 어떻게 기술을 선도해야 할지를 걱정해야 한다. 기존에 누렸던 이익의 달콤함에 익숙해져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중대형차 시장을 지키려 한다면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음을 걱정해야 한다.
반대 차량 구매자에 가혹한 규제…국내 車산업 경쟁 악화 불보듯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암덩어리 같은 규제다. 암세포처럼 돌연변이로 탄생해서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 녹색 성장이 큰 화두가 되자 한 국회의원이 발의해 6개월 만에 만들어진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이 규제가 시민 생활이나 자동차 산업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졸속으로 만들어졌다.
많은 나라에서 도입한 제도도 아니다. 자동차 산업국 중 유일하게 프랑스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제도를 본떠 만들어졌다.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미국이나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중시하는 독일 일본 중 이 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아무 곳도 없다.
프랑스에서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됐지만 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 제도를 실시하지 않는 국가들에 비해 탄소 배출량 감소폭은 더 미미한 편이다. 프랑스는 이 기간에 자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만 약화시키는 자충수를 둔 셈이다. 환경부가 부담금과 보조금 구간을 발표하자 한국 자동차업계가 발칵 뒤집힌 이유다.
현재도 세금이 차값의 30%…추가로 수백만원 더 내야
업계에선 이 규제가 환경부 안대로 시행되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느 날 건강검진에서 큰 암덩어리를 발견한 환자처럼 패닉 상태에 빠진 이유다.
그렇다면 왜 이 규제가 암덩어리와 같다고 얘기할 수 있는가. 여러 측면이 있지만 우선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하나는 자동차 소비자에게 대단히 가혹한 규제라는 점이다. 환경부 시안에 따르면 중대형 승용차 구매자는 과다한 징벌적 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나타나 투싼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75만~150만원의 분담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그렌저와 코란도 구입자는 150만~300만원, 에쿠스와 체어맨 구입자는 700만원 안팎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몇 십만원이라도 싸게 자동차를 사기 위해 여러 판매점을 둘러보고 할인해줄 딜러를 찾아 여기저기 수소문하는 현재의 구매 형태에서 이 정도의 부담금은 대단히 큰 금액이다.
더구나 한국의 자동차 소비자는 탄소 부담금을 내지 않더라도 이미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차량을 구매할 때 소비세와 등록세를, 이후 보유세와 유류세 등을 부담한다. 이 세금만 하더라도 차량 가격의 30%를 차지한다. 10~15%를 부담하는 선진국 소비자보다 지금도 많이 내는 셈이다. 여기에 수백만원의 탄소 부담금마저 추가되면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부담금을 내고 차량을 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고객은 ‘나쁜 소비자’라는 오명을 쓴다는 점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는 환경을 더럽히는 나쁜 소비자라는 오명을 쓰고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반대로 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량을 구매하면 보조금을 받을 뿐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소비자’라는 칭송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이 쓰레기 봉투의 종량제와는 판이하게 다른 점이다. 환경부가 큰 자랑거리로 내세우는 쓰레기 종량제는 구입 단가가 낮을 뿐 아니라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소비자가 심리적 죄책감은 가질지 몰라도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사람’이라는 멍에를 짊어지진 않는다. 수입차에 날개 달아주는 꼴…부품업체에도 부정적 영향
하지만 고탄소 배출 차량 구매자는 자동차의 크기와 종류로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에 이 멍에를 계속 쓰고 다녀야 한다. 물론 환경부는 이 멍에를 만들어 자동차의 소비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어하지만 일부 소비자에게 이런 오명을 씌워가면서 제도를 시행하려는 것은 너무 과격한 생각이다.
이 규제가 지닌 또 다른 위험성은 최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근본부터 뒤흔들어놓을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최근 10년간 자동차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룩해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도약했다.
이런 성장은 내실을 기하며 이룩한 질적 성장이라기보다는 판매 대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에 가깝다. 한 예로 수출 차종과 그 단가를 보면 이웃나라 일본은 중대형과 프리미엄 차종 비중이 높은 데 반해 한국은 소형차가 압도적으로 많다. 수출 단가도 일본의 2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 현대차 쌍용차 등은 중대형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비율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시행되면 그간의 한국 자동차 업체의 노력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솔린차 중심의 산업구조와 정부 정책으로 국내 자동차 업체는 연비가 우수한 디젤차 등의 개발경쟁력에서 뒤처져 있다. 이 때문에 고연비 디젤차를 중심으로 한 수입차 업체들에 시장을 급격히 잠식당하고 있다. 현재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1위 메이커는 현대·기아차지만 2위는 독일 BMW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시행되면 한국 자동차에 결정적인 오명을 씌울 뿐 아니라 디젤이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앞세운 수입차에 날개를 달아주게 된다.
이것은 완성차 업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부품 협력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정인설/김주완 기자 surisuri@hankyung.com■ 읽을 만한 자료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의 개념 및 쟁점(국회입법조사처, 2013.12)
△온실가스 감축 관련 국가계획 현황·개선방향 연구(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13.11)
△주요국 온실가스 감축정책 동향 및 시사점(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12.12)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천방안 수립 연구(국립환경과학원, 2012.12)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저감(임태진, 2013.7)
△ Monitoring emissions from new passenger cars in the EU (European Environment Agency.2013. 4월)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수입차 밀어주기인 동시에 소비자에게 환경 부담금을 전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시행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환경부도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방향으로 준비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시행 시기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유예기간 없이 실시하면 경쟁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한다. 환경부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각종 저탄소차와 소형차 소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중대형차 비율이 기형적으로 높은 한국 자동차시장을 소형차 위주로 재편하기 위해 탄소 부담금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중대형차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소형차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날로 강화되고 있는 선진국의 온실가스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매를 먼저 맞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반면 반대하는 쪽에선 이 제도가 졸속 입법으로 탄생한 데다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강조한다. 5년 전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이 제도를 실시한 프랑스를 대표 실패 사례로 꼽는다. 프랑스는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이지 못하고 자동차 산업 경쟁력만 약화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차량 구입자에게 징벌적 부담금을 매기는 것은 과도하다는 점도 근거로 내세운다. 찬반이 팽팽히 맞선 이 주제를 놓고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가 찬성편을 대표했고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반대편에 섰다.
찬성 친환경·소형차 확대가 목적…해외 온실가스 규제 대응해야
정부는 지난 1월 2020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부문별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온실가스를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줄이자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산업, 수송, 건물 등 7개 부문별 감축 정책과 이행 수단을 포함하고 있다. 이 중 수송 부문의 감축률은 34.3%로 산업 부문의 18.5%에 비해 월등히 높다. 정부는 이런 전략에서 내년에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프랑스 등에서 시행한 것을 우리 실정에 맞게 제시한 제도다. 기준치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는 보조금을 주고, 많이 배출하는 경우 부담금을 물리는 제도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배기량이 작은 자동차 수가 많기도 하지만 이 제도 덕분에 2008년부터 판매된 신차 중 대형차 비중이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제도 시행 이전 자동차 한 대당 연평균 1.6g/㎞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던 것에서 제도 시행 이후에는 연평균 4.1g/㎞ 감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평균 온실가스 및 연비 배출 규제만을 적용했을 때 미흡한 저감량을 소비자의 선택으로 보완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온실가스 및 연비 배출 규제가 시행되고 있어 이중 규제가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온실가스 및 연비 배출 규제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대상이다. 반면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소비자에게 보조금 및 부담금을 적용하는 것이다. 소비자 선택으로 이산화탄소를 과다 배출하는 자동차에 대한 소비문화를 개선하도록 초점이 맞춰져 있다.국내 중대형차 73% 차지…부담금 높여 소유구조 바꿔야
당연히 자동차업계의 반발이 크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도입으로 판매 이윤이 많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대형차 판매가 줄어들면 그만큼 회사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걱정하기 때문이다. 최대 700만원으로 제안된 부담금이 과다해 자동차 소비 위축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적은 부담금은 실효성이 없다.
이 제도의 근본 목적은 소형차 시장을 확대해 미래 수익성을 더 높이고, 고유가에 대비하면서, 수출용 친환경차 생산 모델을 확보하도록 하는 데 있다. 특히 선진국과는 반대로 중대형차가 전체 자동차의 약 73%를 차지하는 국내의 기형적인 자동차 소유 구조를 바꾸려 한다는 취지에서 다소 높은 부담금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중대형에서 친환경차나 경소형차로 가는 대체효과가 생길 것이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강화되는 외국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유럽은 온실가스 규제를 위해 2015년 130g/㎞로 설정한 자동차 한 대당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을 2020년까지 95g/㎞로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은 2015년 146g/㎞에서 2025년 89g/㎞까지 높인다. 캘리포니아 등 미국 내 11개 주는 2018년부터 친환경 자동차 판매 의무제도 시행한다. 2025년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16%를 친환경차가 차지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도입하면 국내 제조업체가 판매하는 신차의 경우 배기량이 작은 차종으로 일부 물량이 옮겨갈 수 있다. 이익은 다소 줄어들 수 있겠지만 제조업체의 존립이 문제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최근 모터쇼에 출품되는 차를 보면 세계는 이미 저탄소차 중심으로 라인업이 형성되고 있다.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기술력 및 상품성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차종별로 동급연비가 세계 1등이 되는 차를 개발해 뒷받침해야 한다.
소비자의 태도 변화와 시장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미래의 소비자는 젊은 세대들이다. 구성원이 적은 가족, 혼자 사는 싱글족, 그리고 노인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대형차 수요가 계속 늘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소형 자동차 경쟁력이 강한 일본이나 독일이 1, 2인승 전기자동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외국서 이미 연비경쟁 치열…미국도 저감 차량 구입 유도
에너지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배출권 거래제, 2020년 이후의 기후변화협약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필요하다. 2011년 ‘더반 플랫폼’으로 알려진 국제협의에서는 신(新)기후체제 출범이 확정됐다. 2013년에는 모든 국가가 2020년 이후의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마련해 2015년까지 제시하기로 합의하는 등 국제 공조와 감축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3년 6월 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을 포함한 ‘기후변화 대응비전’을 발표했다. 중국과 함께 수소불화탄소 생산·소비 감축 합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실증 프로젝트 등 상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적극 나서 양자 간 협의를 하고 있는 점은 기후변화협약 체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2010년 기준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 국가이며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많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이 같은 세계 동향에 대응, 어떻게 기술을 선도해야 할지를 걱정해야 한다. 기존에 누렸던 이익의 달콤함에 익숙해져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중대형차 시장을 지키려 한다면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음을 걱정해야 한다.
반대 차량 구매자에 가혹한 규제…국내 車산업 경쟁 악화 불보듯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암덩어리 같은 규제다. 암세포처럼 돌연변이로 탄생해서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 녹색 성장이 큰 화두가 되자 한 국회의원이 발의해 6개월 만에 만들어진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이 규제가 시민 생활이나 자동차 산업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졸속으로 만들어졌다.
많은 나라에서 도입한 제도도 아니다. 자동차 산업국 중 유일하게 프랑스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제도를 본떠 만들어졌다.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미국이나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중시하는 독일 일본 중 이 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아무 곳도 없다.
프랑스에서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됐지만 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 제도를 실시하지 않는 국가들에 비해 탄소 배출량 감소폭은 더 미미한 편이다. 프랑스는 이 기간에 자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만 약화시키는 자충수를 둔 셈이다. 환경부가 부담금과 보조금 구간을 발표하자 한국 자동차업계가 발칵 뒤집힌 이유다.
현재도 세금이 차값의 30%…추가로 수백만원 더 내야
업계에선 이 규제가 환경부 안대로 시행되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느 날 건강검진에서 큰 암덩어리를 발견한 환자처럼 패닉 상태에 빠진 이유다.
그렇다면 왜 이 규제가 암덩어리와 같다고 얘기할 수 있는가. 여러 측면이 있지만 우선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하나는 자동차 소비자에게 대단히 가혹한 규제라는 점이다. 환경부 시안에 따르면 중대형 승용차 구매자는 과다한 징벌적 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나타나 투싼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75만~150만원의 분담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그렌저와 코란도 구입자는 150만~300만원, 에쿠스와 체어맨 구입자는 700만원 안팎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몇 십만원이라도 싸게 자동차를 사기 위해 여러 판매점을 둘러보고 할인해줄 딜러를 찾아 여기저기 수소문하는 현재의 구매 형태에서 이 정도의 부담금은 대단히 큰 금액이다.
더구나 한국의 자동차 소비자는 탄소 부담금을 내지 않더라도 이미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차량을 구매할 때 소비세와 등록세를, 이후 보유세와 유류세 등을 부담한다. 이 세금만 하더라도 차량 가격의 30%를 차지한다. 10~15%를 부담하는 선진국 소비자보다 지금도 많이 내는 셈이다. 여기에 수백만원의 탄소 부담금마저 추가되면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부담금을 내고 차량을 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고객은 ‘나쁜 소비자’라는 오명을 쓴다는 점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는 환경을 더럽히는 나쁜 소비자라는 오명을 쓰고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반대로 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량을 구매하면 보조금을 받을 뿐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소비자’라는 칭송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이 쓰레기 봉투의 종량제와는 판이하게 다른 점이다. 환경부가 큰 자랑거리로 내세우는 쓰레기 종량제는 구입 단가가 낮을 뿐 아니라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소비자가 심리적 죄책감은 가질지 몰라도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사람’이라는 멍에를 짊어지진 않는다. 수입차에 날개 달아주는 꼴…부품업체에도 부정적 영향
하지만 고탄소 배출 차량 구매자는 자동차의 크기와 종류로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에 이 멍에를 계속 쓰고 다녀야 한다. 물론 환경부는 이 멍에를 만들어 자동차의 소비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어하지만 일부 소비자에게 이런 오명을 씌워가면서 제도를 시행하려는 것은 너무 과격한 생각이다.
이 규제가 지닌 또 다른 위험성은 최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근본부터 뒤흔들어놓을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최근 10년간 자동차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룩해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도약했다.
이런 성장은 내실을 기하며 이룩한 질적 성장이라기보다는 판매 대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에 가깝다. 한 예로 수출 차종과 그 단가를 보면 이웃나라 일본은 중대형과 프리미엄 차종 비중이 높은 데 반해 한국은 소형차가 압도적으로 많다. 수출 단가도 일본의 2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 현대차 쌍용차 등은 중대형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비율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시행되면 그간의 한국 자동차 업체의 노력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솔린차 중심의 산업구조와 정부 정책으로 국내 자동차 업체는 연비가 우수한 디젤차 등의 개발경쟁력에서 뒤처져 있다. 이 때문에 고연비 디젤차를 중심으로 한 수입차 업체들에 시장을 급격히 잠식당하고 있다. 현재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1위 메이커는 현대·기아차지만 2위는 독일 BMW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가 시행되면 한국 자동차에 결정적인 오명을 씌울 뿐 아니라 디젤이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앞세운 수입차에 날개를 달아주게 된다.
이것은 완성차 업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부품 협력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정인설/김주완 기자 surisuri@hankyung.com■ 읽을 만한 자료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의 개념 및 쟁점(국회입법조사처, 2013.12)
△온실가스 감축 관련 국가계획 현황·개선방향 연구(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13.11)
△주요국 온실가스 감축정책 동향 및 시사점(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12.12)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천방안 수립 연구(국립환경과학원, 2012.12)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저감(임태진, 2013.7)
△ Monitoring emissions from new passenger cars in the EU (European Environment Agency.2013.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