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회의 코앞인데…'원자력방호법' 대치

새누리 "국격 볼모" 중단 요구
민주 "방송법 연계" 고수

핵안보회의 前 처리 무산될 듯
< 텅 빈 국회 > 최경환 원내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21일 원자력 방호방재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기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유감의 뜻을 밝히며 국회에 신속한 처리를 요청한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원자력 방호방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난항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3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까지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안과 함께 일괄 처리해야 한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21일 원자력 방호방재법 처리를 위해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리고 국회 본회의 소집을 요구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 본회의도 열지 못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날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법안 처리 방향을 논의했으나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여야 지도부는 오전부터 날카로운 책임 공방을 벌였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원자력 방호방재법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동참하지 않으면 야당은 정략만 있고 국익과 안보는 없다는 국민적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신당 간판도 ‘구태정치연합’으로 바꿔 달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일호 정책위 의장 대행은 “여야 이견이 없고 대한민국 국격을 위한 법안도 흥정거리로밖에 보지 않는 민주당은 반성해야 한다”며 “입으로는 새 정치를 운운하면서 뒤로는 대한민국 국격을 볼모로 삼는 인질 정치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당의 늑장 대응을 문제삼으며 방송법 개정안과의 연계 처리를 주장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원자력 방호방재법이) 그렇게 중대한 사안이라면 왜 그동안 야당에 법안 처리 요청을 한 번도 안 했나”라고 반문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2년간 내팽개친 법안을 대통령 체면 때문에 원포인트 국회로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꿩 먹고 알 먹겠다는 식의 놀부, 베짱이 심보”라며 “방재법을 통과시키려면 방송법과 민생법안을 일괄 처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본회의가 열리지 않았지만 여야 간 막판 타결 가능성도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와는 8시간 시차가 있는 만큼 주말 동안 여야가 돌파구를 찾으면 핵안보정상회의 개막 직전인 24일 오전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수 있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이날 안홍준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찾아 여야 이견으로 처리가 늦어지는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