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코프먼 퀄키 창업자 "회원 100만명 지식 총집합…피봇파워 처음 제안한 사람…아이디어 하나로 6억원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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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426개 상품화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제품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서로 훈수를 두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회사는 이 가운데 쓸만한 것을 뽑아 3차원(3D) 프린팅으로 시제품을 만들어본다. 팔 수 있겠다 싶으면 상용화에 나선다. 돈이 되면 매출의 10%를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에게 떼 준다.
GE 등 대기업과도 협력
고사양 제품까지 손대
< 피봇파워 : 휘어지는 멀티탭 >
2009년 설립 후 덩치를 급격히 불리고 있는 아이디어형 제조업체 ‘퀄키(Quirky)’ 얘기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기존의 전통 제조업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약 5000만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100만 회원이 만든다
한국을 처음 찾은 벤 코프먼 퀄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27·CEO·사진)는 2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퀄키의 성공 비결은 강력한 커뮤니티에 있다”고 말했다.
코프먼 CEO는 “100만여명의 회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여 각각의 아이디어에 대해 투표하고 토론하며, 심지어 제품 설계와 이름 짓기, 판매 등의 영역에까지 관여한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레 세상이 원하는 제품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디어는 한 문장짜리 메모일 수도 있고 정교한 설계도일 수도 있다”며 “그것이 무엇이든 괜찮은 것이면 발전시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매주 4000개가량 아이디어가 올라오고, 그중 3000개 이상은 ‘쓸모없는’ 것이지만 이 또한 커뮤니티가 ‘알아서’ 걸러낸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퀄키의 제품은 지금까지 426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2010년 출시한 ‘피봇 파워’란 이름의 휘는 멀티탭은 세계적으로 70만개 이상 팔렸다.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은 6억원을 받았다. 과일이나 채소에 빨대를 꽂은 후 레버를 눌러주면 과즙이 스프레이처럼 나오는 ‘스템’, 다목적 센서 ‘스포터’, 책상 위에 놓인 선을 정리해주는 ‘코디스’ 등도 인기가 많은 제품이다.
◆GE 등 대기업과 협력 퀄키는 최근 GE와 손잡았다. 코프먼 CEO가 방한한 주된 이유도 한국 내 GE 연구센터 방문이다. GE는 퀄키의 사업 파트너이면서 투자자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GE 연구소와 함께 절전형 에어컨을 출시했다”며 “회원들이 전문 엔지니어가 아닌 퀄키 혼자서 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내놓은 ‘스마트 에어컨’은 스마트폰과 연동해 외부에서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 에너지 소비량도 분석해준다.
코프먼 CEO는 “한국의 GE 연구센터는 형식과 절차에 얽매이지 않아 특히 퀄키와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미국을 제외하고 퀄키의 상위 5위 시장이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퀄키는 한국에서 크로베리란 회사를 통해 제품을 판매 중이다. ◆“퀄키 따라 하기 쉽지 않을 것”
퀄키를 모델로 한 기업들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에 대해 코프먼 CEO는 “사업이 생각보다 복잡해 간단히 따라 하긴 어렵다”고 했다. 회사 안에 디자인·제조·설계·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마케팅·유통·재무 등이 하나로 합쳐져 있어 관리하기 어렵고 노하우가 많이 쌓이지 않으면 커뮤니티를 운영하기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개발자들끼리 자신들의 몫을 공평하게 나누는 ‘인플루언스 엔진’은 퀄키의 핵심 역량으로 다른 회사가 따라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적 제조업의 상당 부분이 퀄키에 의해 잠식될 것”이라며 “우리 제품은 개발 스토리가 있고 이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퀄키 제품은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구전성이 강하다”며 “실제 창업 후 4년 동안은 마케팅에 한 푼도 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퀄키'는 어떤 회사…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아이디어형 제조업체. 누구나 아이디어를 등록할 수 있고 이를 상업화하는 소셜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다. 아디이어 제공자에겐 30%의 로열티를 제공하고 지식재산권은 퀄키가 갖는다.
안재광/조미현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