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판이하게 다른 남매 고양이처럼…
각자 강점 인정하는 사회 됐으면

김재훈 <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jaehoon.kim@leeko.com >
우리 집에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검정 고양이 ‘아르’와 회색 고양이 ‘아쌈’이다. 그들은 남매간이고, 아쌈이가 한 살 위 오빠다. 나는 평소에 반려동물에 관심이 없어 이들이 우리 집에 들어오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는데, 아이들이 애원하는 탓에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그런데 아르 아쌈이가 식구가 된 다음부터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다. 두 마리의 고양이는 성격이 너무나 다르다. 집에 손님이 찾아올 때 아쌈이는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손님이 돌아간 후에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그런데 아르는 낯을 가리지 않고 손님의 무릎 위에 가서 앉는다. 아쌈이는 외출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아르는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아쌈이는 한참을 노려보다 단 한 번 움직임으로 장난감을 잡는다. 그런데 아르는 눈에 보이는 대로 장난감을 쫓아 신나게 뛰어다닌다. 한 배에서 태어난 고양이 남매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 인간도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한부모에게서 태어났는데 ‘첫째와 둘째가 너무 다르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창조주는 모든 생명체에게 각자의 가치와 탤런트(능력)를 가지게 하셨다. 그런데 우리는 획일화된 잣대로 너무 쉽게 재단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과학과 수학을 잘하는 천재가 영어 국어에서 뒤처지면 우리 기준으로는 우수한 학생이 될 수 없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다른데 우리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옳고 그름, 우(優)와 열(劣)을 구분해버린다. 무엇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우열과 옳고 그름이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음에도 말이다.

친구들 중에 큰돈을 번 친구도 있고, 관료가 되거나 법조계 등에 나가 있는 친구도 있다. 고매한 인품을 갖고 평생 후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있다. 큰돈을 번 친구들은 대부분 학업적 성취보다는 사업에 필요한 뛰어난 판단력과 결단력의 소유자다. 한편 공직사회나 법조계 등에 나가 있는 친구들은 학업적 성취가 높았던 반면 매사에 조심스럽고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복잡다기한 현대사회에서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가 가지고 있는 다른 강점을 진정으로 인정해주는 ‘함께 사는 사회’를 소망해본다.

김재훈 <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jaehoon.kim@leek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