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원·금기룡 대표 사임하라"…법원 동양그룹 계열사 관리인 교체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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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DIP제도 부작용' 뒤늦게 시인…사기, 배임 불구속 기소된 기존 경영진에 "나가라"‘동양그룹사태’와 관련해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박철원 (주)동양 대표와 금기룡 동양레저 대표가 모두 사퇴할 전망이다.
채권자들 "4만1000여명, 1조6000억원 앗아간 책임자들이 억대 연봉…말이 되냐" 항의
동양그룹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은 25일 동양그룹 계열사인 (주)동양과 동양레저 대표 2명에게 “배임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만큼 책임을 지고 사임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이들 대표는 26일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법정관리 기업의 관리인을 직권으로 교체할 수 있다. 법원은 채권자 추천 절차 등을 거쳐 새 법정관리인을 선임할 계획이다.
금 대표는 동양사태 이후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공모해 기업어음(CP)을 사기 발행한 혐의를 받고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박 대표 역시 계열사 CP를 매입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종오 동양시멘트 대표는 법원의 사임 통보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원은 ‘기존관리인유지(DIP)’제도에 따라 현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으로 임명해 경영정상화 작업을 맡겼으나 동양그룹 CP 투자자와 채권단으로부터 “처벌해야 할 사람들을 중용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후 공동관리인을 선임해 기존 경영진을 견제토록 했다. 하지만 기득권을 지닌 기존 경영진을 중심으로 회사가 움직이면서 경영정상화가 ‘장기 표류’했다는 게 법원 안팎의 지적이다. 일부 경영진은 회사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행태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단 관계자는 “DIP제도에 따라 경영권을 지킨 부실 책임 경영자들과 새로 온 법정관리인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회사 경영정상화가 오히려 더뎌지는 현상이 벌어졌다”며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게 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동양그룹채권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관계자도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피와 땀이 서린 회사채와 CP가 ‘휴지 조각’이 된 마당에 부실 책임자들이 DIP제도 덕에 오랜 기간 억대 연봉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한탄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