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규제 없애라] 국산 디젤車만 받는 '이상한 규제'

질소산화물 배출시험 기준, 수입차보다 훨씬 엄격

수입차는 상온에서만…국산차는 영하에서도
환경테스트 통과해야…국내업체 위축될까 우려
환경부가 국내차에만 유독 과도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테스트를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산차와 수입차에 대해 같은 기준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게 환경부 주장이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국산차에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수입차는 봐주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수입차에 비해 연비 규제 등에서도 역차별을 받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각종 규제 탓에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2012년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디젤 신차의 출시 인증 여부를 결정하는 배출가스 시험 기준을 외국과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외부 온도가 상온 범위인 20~30도일 때만 질소산화물이 0.18g/㎞ 이하(8인승 이하 승용차 기준)가 나오는지를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시험한 뒤 그 서류를 환경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2012년 국내 완성차 업체에 ‘질소산화물 배출량 개선방향’이라는 공문을 보내 상온뿐 아니라 영하 7도에서 영상 35도 사이에서도 대기환경보전법이 정한 범위 내의 질소산화물이 나와야 한다고 규정을 수정했다. 또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도 질소산화물을 측정해 그 결과를 환경부에 보고하게 했다.

환경부는 제조사가 제출한 서류를 보고 대기환경보전법 기준에 맞는지 검토한 뒤 신차 출시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바뀐 기준을 국내 완성차에만 적용하고 수입차는 예외로 뒀다는 점이다. 수입차는 유럽 등에서 하는 대로 일반 상온에서 시행한 질소산화물 배출 시험 결과만 제출하게 하고 국산차는 영하 온도뿐 아니라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도 기준을 통과하도록 요구했다는 얘기다. 국내 완성차 업체 고위 임원은 “법이나 시행령이 아니라 환경부 고시로 기준을 바꾼 뒤 국산차에만 적용하고 있다”며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그 다음 신차를 낼 때도 인증을 잘 해주지 않아 지킬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차별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영하에서 실시하는 저온시험 서류는 거의 받지 않고 있고 에어컨을 켜두고 실시한 시험 결과는 국내외 업체 모두 받고 있다”며 “다만 30도 이상의 고온 시험 결과치는 필요한 업체에서만 제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차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독일차 업체들의 설명은 다르다. 벤츠와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은 모두 일반 상온 범위인 20~30도에서만 실시한 질소산화물 배출 시험 결과만 환경부에 내고 있다. 한 독일차 업체 관계자는 “유럽과 한국 정부에 똑같이 일반 상온 상태에서 시험한 결과로만 인증을 받고 있다”며 “만약 한국 정부만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FTA 위반 사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산차가 불리한 것은 질소산화물 배출 시험만이 아니다. 한·미 FTA에 따라 미국 자동차 업체는 2015년까지 국내 완성차 업계에 비해 완화된 연비와 이산화탄소 규제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에 비해 국내 완성차에만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면 결국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