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장은 둔화, 고용은 증가? 좋은 일자리는 어디로

성장은 둔화되는데 고용은 오히려 늘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은 우리 고용시장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다시 보여준다. 지난 주말 한은의 ‘2013년도 연차보고서’ 내용이 그렇다. 2001~2007년 연평균 4.9%였던 성장률이 2010~2013년 3.9%로 떨어졌으나 연평균 취업자 증가는 32만5000명에서 39만명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만 봐도 성장은 3분기 1.1%에서 4분기 0.9%로 낮아졌지만 취업자는 각각 42만명, 54만명 늘어났다. 오쿤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성장과 실업의 상관관계가 무너진 듯한 이 역설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무엇보다 베이비부머들이 영세·저소득 서비스업에 대거 진입하면서 고용지수를 높였다는 통계가 잇따랐다. 서비스업 종사자 중 55~64세가 2005년 205만명에서 2012년 334만7000명으로 불어난 것이 그 증거다. 7년 새 63%나 급증했다. 수명은 늘어나고 자녀는 태반이 백수니 뭐라도 일을 해야 하는 게 다수 장년층의 현실이다.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 확대도 착시의 원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2004~2008년 연평균 8만개였던 노인일자리는 2009~2011년 22만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래저래 경기상황과 고용 흐름이 무관하게 나타날 만했다.

경기와 따로 노는 고용증가세가 장기화되기는 어렵다. 잡셰어링 등 다양한 정부 개입은 고용의 질을 떨어뜨려 문제점을 더 확대시킬 가능성도 크다. 장기적으로 성장기반이 악화되고 소득분배 구조도 나빠진다. 50대 이상이 새 일자리로 몰려드는 서비스업종의 생산성 높이기는 당면 과제다. 주로 도소매 운수 음식 숙박업종 등인데, 생산성과 안정성 모두 낮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13.3달러로 미국 일본 독일 평균치의 24%에 그친다. 서비스산업 육성 정책이라지만 저임금 저생산성이라면 곤란하다.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에서 비로소 ‘버젓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투자와 혁신만이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유일한 정책이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