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美 특사 "北 정보통제 서서히 무너져"

이화여대 강연…34% 외국방송 청취
“북한 김정은 정권의 정보 통제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점점 외국 정보를 찾고 있다.”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71·사진)는 9일 오전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북한 주민이 외부 세계에 대한 현실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킹 특사는 북한 정권의 정보 독점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최근 현상을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꼽았다. 그는 “북한 주민은 당국이 제공하는 정보 외에 다른 정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북한 주민과의 면담을 토대로 한 연구결과 북한 주민의 34%가 정기적으로 외국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킹 특사는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최근 발간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8만~12만명에 달하는 주민을 방대한 수용소에 가둬 놓고 있다”며 “이들은 강제노역과 비인간적인 여건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 정권은 장성택 공개처형 장면 등을 공개적으로 방영해 북한 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있다”며 “이런 여건 때문에 탈북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킹 특사는 북한의 인권 현실을 개선하려면 국제사회가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웃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은 어렵다”며 “우리는 한국 정부와 협력해 지속적으로 북한에 인권 관련 사항 개선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일까지 한국에 체류하는 킹 특사는 방문 일정 중 이화여대 강연을 유일한 대중과의 만남 행사로 잡았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