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사내 감사위원회 실효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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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논의되고 있는 방안들을 보면 규제의 초점이 회계법인에 몰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투명회계 책임은 일차적으로 그것을 검증하는 감사인보다는 회계 정보의 생산자인 기업에 있다. 미국이나 영국 역시 회계 정보를 생산하는 기업이 스스로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의 핵심은 기업의 감사위원회에 부여하는 막강한 권한이다.
미국의 ‘10A조사’를 살펴보자. 미국의 상장기업에서 회계부정이나 분식회계 징후가 보이면 외부 감독기관이나 검찰 조사 이전에 기업의 감사위원회가 나서서 즉각적인 위기대응 체제를 발동한다. 감사위원회가 독립적인 변호사와 현재 외부감사인이 아닌 다른 회계법인을 고용해 철저한 내부 조사를 해서 그 결과에 따라 관련자의 해임, 분식금액 확정과 재무제표 수정발행 등의 조치를 취한다. 만약 이 조사나 조치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들면 감사위원회까지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대상이 된다. 기업의 감사위원회에 강력한 권한을 줘 회계 정보 생산자 차원에서 회계 투명성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당초 법에서 정한 감사위원회 역할은 동일하다. 기업의 외부감사인을 정하고 외부감사 과정을 감독하는 것이다. 외부감사인은 감사보수가액이 낮은 회계법인이 아니라 능력 있고 믿을 수 있는 회계법인을 선임해야 한다. 또한 감사과정의 중요한 회계 및 감사 현안도 경영진이나 외부감사인에게만 맡겨두지 않고 기업의 감사위원회가 직접 나서서 현안 발견 시점부터 최종 마무리 단계에 이르기까지 직접 감독하고 해결 및 처리하는 데 관여한다. 즉 기업의 감사위원회는 회계 정보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책임을 다하는 핵심 축이 되며 동시에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를 검증하는 외부감사인이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후원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기업의 감사위원회가 법에 정해진 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을 때 이야기다. 감사 받은 재무제표를 형식적으로 사후 승인하는 감사위원회가 실효성 있는 조직으로 거듭난다면 그로 인해 나타나는 효과와 순기능이 현재 논의 중인 새로운 규제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강력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재은 <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