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들, 자신들만 아는 '비상 통로'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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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 배 기울어 움직일 수 없다던 교신과 달라여객선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구조된 선박직 선원들이 침몰 직전 자신들만 아는 비상통로를 이용해 배에서 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수본부, 수사 전방위 확대…선주·인천 항만당국 '정조준'
항해사 3명·기관장 체포…선박개조 위법성 등도 수사
21일 검·경합동수사본부(본부장 안상돈 광주고검 차장검사)에 따르면 갑판부·기관부 등 선박직 선원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선원들만 아는 비상통로’를 이용해 내려가서 한꺼번에 탈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선박직 선원 15명이 비상통로를 통해서 탈출한 것으로 수사 결과 확인됐다”고 전했다. 선박직 선원들은 배가 기울어지는 와중에 자신들만 아는 비상통로를 이용함으로써 전원 생존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지난 20일 공개된 침몰 사고 당시 세월호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교신 내용에 따르면 16일 오전 9시17분께 세월호 항해사는 “선원들이 브리지(조종실)에 모여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사고 순간에도 선원들은 맡겨진 임무를 무시한 채 모두 조정실에 모여 있었던 것이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한 선원은 “기관장이 기관실 직원들에게 퇴선 가능한 지점에서 준비하라고 지시해 선원들만 아는 통로를 통해서 함께 내려가 퇴선했다”고 말했다. ‘선원들만 아는 통로’는 일반 승객들은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퇴선 시 별다른 장애물 없이 배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다. 결국 조종실에 모여 있던 선원들은 선실에 머물러 있던 승객들을 외면한 채 탈출하는 데 급급했던 셈이다.
수사본부는 이날 세월호 생존 선원 가운데 1등 항해사 강모씨와 신모씨, 2등 항해사 김모씨, 기관장 박모씨 등 네 명을 유기치사 및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또 선원 등 34명을 조사한 데 이어 청해진해운과 세월호를 개조한 전남 영암의 조선소 관계자 등 20여명을 소환해 개조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는지 수사하기로 했다.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던 기관사 손모씨가 자살을 시도했으나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수사의 초점은 청해진해운과 선주, 그리고 인천지역 해운·항만 당국의 인허가 과정과 안전관리가 적절했는지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세월호에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를 내준 인천지방해양항만청 △입출항을 관제한 인천항 교통관제센터 △세월호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였던 인천해양경찰서 △운항관리를 담당하는 해운조합 인천지부 △선적 작업을 맡은 하역사와 항만용역업체 등이 모두 수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는 점검 두 달 뒤 침몰한 세월호에선 구명벌과 조타장치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해경의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여객선 운항관리를 담당하는 해운조합 인천지부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조합 인천지부가 운영하는 인천항 운항관리실은 세월호가 15일 출항하기 전 승선원과 적재 화물량을 축소 보고했지만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천=김인완/목포=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