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이방인 아닌 이웃사촌] "빈곤층" "적응 못해"…편견 심어주는 교과서

우리 아닌 '그들'로 바라봐
“다문화가정의 대다수가 빈곤층에 속하며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해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A교과서) “편견과 차별로 인해 인권 침해를 경험하고 있으며 자녀는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B교과서)

고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대부분의 내용이 연민과 동정의 대상으로 기술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청소년에게 이들의 어려움을 알리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자칫 부정적인 편견을 심어줄 주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성신여대 산학협력단이 지난 2월 교육부의 용역을 받아 수행한 ‘행복교육 실현을 위한 글로벌 시민교육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다문화주의’ 관점에서 고교 사회 교과서 5종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산학협력단은 모든 교과서가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는 현상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결혼이민자들을 ‘우리’의 시선에서 ‘그들’을 묘사하는 서술 방식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교과서에는 다문화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등 부정적인 내용을 기술하면서도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생략돼 있었다.

산학협력단은 교과서에 결혼이민자들을 국가 경쟁력 강화의 도구로 활용하는 국가주의적 관점도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C교과서는 “이주한 외국인은 한국의 출산율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준다. 또 국제결혼을 통한 결혼이민자는 농촌 지역의 인구 감소와 성비 불균형으로 나타나는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준다”고 기술했다.

지난해엔 초등학교 교과서에 ‘다문화가족의 문화를 조사해 봅시다’라는 가족문화 탐방 내용이 실려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정·보완 결정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교육방법은 학생들과 학교에서 함께 교육받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다른 존재’로 구분해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