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턴우즈 클럽, IMF·世銀 출신 100명…경제정책 '조언자 그룹'

만남이 좋다

"외환위기 때 IMF측 인사들과 난상토론 생생"
전광우·현오석 등 참여…장·차관급만 25명
‘브레턴우즈 클럽’ 회원들이 최근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모임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조학국 법무법인 광장 고문, 김지은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국제투자보증기구(MIGA) 애널리스트, 오종남 김앤장 고문, 문희화 전 산업연구원장, 전광우 회장, 이봉서 전 상공부 장관, 이계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강정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 금융전문대학원장, 권구훈 골드만삭스 전무. 뒷줄 왼쪽부터 장유환 KB신용정보 대표,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함정림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MIGA 대표, 최성수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김재학 하이젠모터 대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희수 한국기업데이터 대표, 유종상 전 국무조정실 기획차장, 주형환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기업, 학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끈끈한 네트워크 활동, 사회 봉사와 취미 활동을 함께하는 친목모임 등을 소개하는 ‘만남이 좋다’를 매주 월요일자에 게재합니다. 다음주부터는 <사람들>면에 싣습니다.

2008년 2월 초 이명박 정부의 첫 조각 때 작은 이변이 있었다. 당초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내정됐던 초대 금융위원장에 전광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 임명된 것.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언질까지 받았던 백 교수가 전 의장에게 밀린 데는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의 역할도 컸다는 게 정설이다.당시 이 당선인에게 경제팀 인사를 조언하던 사공 전 장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조짐이 있으니 금융위원장은 국제 경험이 많은 사람을 써야 한다”며 세계은행 근무 경력이 있는 전 의장을 강력 천거했다고 한다. 사공 전 장관과 전 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근무했던 한국인들의 모임인 ‘브레턴우즈 클럽’에서 인연을 맺은 선후배 관계다.

이 일화 때문에 널리 알려진 브레턴우즈 클럽은 경제계에선 소문 난 ‘파워 네트워크’다. IMF와 세계은행이 미국 중심 국제금융질서 재편의 계기가 된 ‘브레턴우즈 협정’에 따라 탄생한 데 착안해 모임 이름을 따왔다.

회원 수는 100명에 육박하며 전·현직 장·차관급만 25명에 달한다. 권오규 전 부총리, 김대기·박영철 전 청와대 경제수석, 사공일 전 장관, 신명호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 오종남 전 통계청장, 이봉서 전 상공부 장관, 임창열 전 부총리, 전광우·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한승수 전 국무총리,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홍재형 전 부총리(가나다 순) 등이 멤버다.현직으로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추경호 기재부 1차관, 주형환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현정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 이창용 IMF 아태국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전광우 전 위원장은 “브레턴우즈 클럽만큼 오래되고 각 분야의 쟁쟁한 리더들이 멤버로 참여하는 모임은 드물 것”이라며 “국제금융기구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만나 세계경제 현안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모임이 시작된 지는 30년이 넘었다. 창립 멤버로 참여했던 이봉서 전 장관은 “한국인으로 국제금융기구에 진출한 사람은 이승만 정부 때 경무대(현 청와대)에서 비서관을 지낸 박세영 씨와 신병현 전 부총리가 1, 2호”라며 “1980대 초 신 전 부총리를 중심으로 IMF와 세계은행에 근무했던 1세대 20여명이 주축이 돼 모임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창립 멤버로는 이 전 장관, 신 전 부총리(1999년 작고) 외에도 문희화 전 산업연구원장, 이기홍 전 금융차관보, 서상철 전 동력자원부 장관(1983년 작고), 임 전 부총리, 조윤제 서강대 교수,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이 참여했다.

초대 회장은 신 전 부총리가 맡았고, 이 전 차관보(2대), 문 전 원장(3대), 이 전 장관(4대), 전 전 위원장(5대)으로 이어내려오고 있다.

세계은행에 9년간 근무했던 문 전 원장은 “1997년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는 멤버들이 IMF 한국사무소에 모여 IMF 측 인사들과 비공개로 즉석 토론을 벌인 적도 있다”며 “IMF 측도 우리의 조언을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브레턴우즈 클럽은 창립 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1년에 두 번씩 모임을 갖고 있다.

간사를 맡고 있는 장유환 KB신용정보 대표는 “회원들이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어 바쁜 탓에 모임을 더 자주 하지 못하는 게 딱 하나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