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나는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 판매 확충·부채 지속 감축…경영정상화 강도 높게 진행

경영 정상화를 위해 현장 밀착경영에 나선 이재영 LH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역본부 직원들과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LH 제공
공기업 자산 규모 1위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강도 높은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지난달 금융 부채가 지난해 말에 비해 3조6000억원 줄어드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LH는 ‘비상경영’을 내세우며 인사, 재무, 영업 등 경영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에 나서고 있다.

LH는 전사적으로 토지와 아파트 판매에 매진하고 있다. LH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아파트·상업시설 등 부지를 조성해 건설사에 팔거나 직접 분양 및 임대주택을 짓는 것이다. 때문에 1차적으로 주택·토지 판매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이재영 LH사장은 지역본부장(22명) 및 본사의 판매·사업주관 부서장(9명) 등과 ‘판매목표 달성 경영계약’을 체결했다. 판매실적을 인사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의도다. 전 직원이 참가하는 비상판매체제 발대식도 열었다.

지난달부터는 LH의 내부 통신망에 ‘판매 신호등’이 생겼다. 지역본부·사업지구별로 판매목표와 현황을 비교해 월 누계 달성률이 100% 이상이면 초록색, 80% 미만이면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모든 직원이 소속 본부의 실적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실적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올 들어 지난달까지 토지·주택 판매 실적은 목표치(3조279억원)의 두 배인 6조3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존 판매대금 회수 실적 역시 같은 기간 목표치(2조8035억원)보다 86% 높은 5조2000억원으로 조사됐다.

LH는 금융 부채의 이자 감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LH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102조1000억원의 금융부채(지난달 말 기준)를 지고 있다. 지난달 창사 이후 처음으로 약 5억달러(5130억원) 규모의 글로벌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 국내에 비해 금리가 0.23%포인트 낮아졌다.

LH 관계자는 “금융부채를 지속적으로 줄인 LH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해외 투자자들이 믿어줬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LH는 부채 감축 자구책의 하나로 민간자금을 활용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토지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ABS는 장부상 부채로 잡히지 않아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

매립폐기물을 자원화하는 특허를 내는 등 기술개발을 통한 비용 절감에도 적극적이다. LH는 최근 부산 명지지구 택지를 개발하면서 발생한 30만의 폐기물을 특허를 활용해 처리했다. 폐기물을 선별해 파쇄한 뒤 고형연료로 만들어 18억원에 판매했다. 고형연료 생산비용에 195억원이 들어갔지만 예전과 같이 외부업체에 폐기물을 위탁 처리하는 비용(480억원)과 비교하면 300억원 가까이 아낀 셈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행복마을권 사업’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조를 통한 사업도 적극 벌이고 있다. 농어촌 지역의 들판에 조성되는 ‘나 홀로 아파트’를 막기 위해 LH가 지자체와 공조, 기존 마을이나 구도심에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방식을 통해 LH는 올해 1차로 충북 괴산, 전남 함평, 경북 청송 등에 행복마을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