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점이 빗나간 관피아 대책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공직사회 개혁을 뒷받침할 후속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관피아’ 근절을 위해 4급 이상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을 강화하기 위한 세부방안은 이미 윤곽이 잡혔다고 한다. 올 하반기부터 퇴직 후 3년간 취업이 금지되는 민간기업과 법무법인 회계법인 범위를 확대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사무를 위탁하고 있는 관련 협회와 기관 118곳에 대한 취업도 막을 것이라고 한다. 취업제한기관을 현재 3960개에서 1만3000여개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들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민간전문가 공직 진입 확대, 고위직 퇴직자에 대한 10년간 취업이력 공시제 등의 세부방안을 다음달까지 만들 것이라고 한다.

민관 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자면 퇴직 공직자들의 취업제한 강화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관료생태계를 아예 고립 폐쇄하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실효성도 의심스럽지만 개방성에 역효과만 올 수도 있다. 민간인 공직 확대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조건이라면 유능한 민간인이 공직자가 될 이유가 없다. 공직에 들어오라면서 퇴로를 막는 꼴이다. 그러지 않아도 개방직 공직이 외면받고 있다. 작년 개방직 139명 가운데 민간인 출신은 31명에 불과했다. 올해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국장급 심판관리관을 개방했지만 유자격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고, 규제개혁 업무를 총괄할 총리실 1급 규제조정실장 역시 민간인 신청자가 없어 4개월 넘게 공석이다.

퇴로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그물을 걷어내 관피아 생태계를 혁파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현직과 퇴직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생태계를 깨야 공직 개방성도 높아진다. 입구만 있고 출구가 없는 개방은 유기적으로 작동하기도 어렵다. 교수 변호사 회계사 좋은 일만 시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