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채식사업'이 먼저라는 서울시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지난달 27일 서울시 간부들과 식품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식품안전대책위원회 회의. 서울시가 전문가들에게 올 하반기 중점 추진 정책을 설명하고 조언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이날 회의에선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의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도마에 오른 건 서울시가 지난해 시작한 채식사업이었다. 서울시는 고혈압 등 질병 발생을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1주일에 하루를 ‘채식의 날’로 운영하는 채식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공공기관 41곳을 대상으로 시행했고, 올해는 민간식당까지 포함해 16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한 전문가는 “서울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서울시 위상에 맞는 사업을 해야 한다”며 “채식사업은 서울시가 주체가 될 만한 사업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채식사업은 민간단체에서 추진하면 되는 사업”이라며 “서울시는 여름철을 맞아 소규모 식당 등에 대한 식품안전 단속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학자의 단편적인 주장만 강조할 게 아니라 채식에 대한 좀 더 종합적인 판단이 요구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울시 식품안전과 관계자는 “채식사업에 반론의 여지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서울시가 국제적 관광도시로 부각됨에 따라 채식식당을 늘리기 위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채식사업이 과연 서울시가 앞장서 중점 추진해야 하는 사업인지 여부다. 해당 사업을 주도하는 부서는 불량식품을 단속하고 위생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식품안전과다.

음식점을 대상으로 내년(300㎡ 이상)부터 2018년(166㎡ 이상)까지 단계적으로 ‘위생등급제’가 시행되지만 적용 대상은 전체 음식점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시도 90% 이상의 소규모 음식점의 위생상태가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30도 안팎의 고온에 벌써 식중독이 발생하는 등 음식점 위생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럼에도 식품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식품안전과가 채식사업에 매달리고 있는 게 정책 우선순위를 제대로 판단한 것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