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 월 20조 날리는 규제…ELW 규제하자 외국계 10여곳 거래 중단

'규제 덫' 에 갇힌 시장

옵션 거래대금 5배 올리자 코스피200 거래 70% ↓

파생 위축→주식거래감소…코스피시장 활력 상실
2012년 3월 옵션거래의 기본거래단위(승수)가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됐다. 이 결과 ‘파생시장의 삼성전자’로 불리던 코스피200선물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40조~50조원에서 16조원 안팎까지 감소했다. 옵션 승수를 올리기 한 달 전엔 주식연계워런트(ELW)시장에서 LP의 매수·매도 호가 범위를 8~15%로 제한했다. ELW 거래량은 규제 이전보다 10분의 1로 줄었고 맥쿼리, BNP파리바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 10곳은 사실상 국내에서 ELW 사업을 접었다.
< 환율 급락에 증시 '미끄럼' > 원·달러 환율이 급락해 수출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9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5.44포인트(0.27%) 하락한 1990.04에 거래를 마쳤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시장에 부는 파생 상품 찬바람파생상품시장의 위축은 파생상품시장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헤지(위험 분산)를 위해 함께 주문을 내던 현물 거래까지 증발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ELW 헤지 거래의 ‘주포’였던 기관의 경우 규제 이전인 2011년엔 주식거래대금이 1조6700억원이었으나 작년엔 9400억원으로 감소했다. 감소액 7300억원 중 3000억원가량은 ELW 등의 규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ELW 거래 중 66%(유가증권시장 하루거래대금의 2~3% 수준)가 헤지를 위해 주식 현물 거래로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한 계산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ELW는 껍데기에 불과하며 알맹이는 실물거래”라며 “ELW시장이 무너지면서 이와 연계된 실물거래가 함께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옵션 승수 인상에 따른 선물거래 감소 역시 현물시장 위축으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선물과 현물을 동시에 사고파는 프로그램 차익거래시장이 흔들린 탓이다. 파생시장 규제 이전인 2011년 하루평균 18조원대에 달했던 유가증권시장 차익거래 규모는 올 들어 1조여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장범식 숭실대 교수는 “개인투자자 비중을 낮추기 위해 거래 승수를 올리자 엉뚱하게도 기관투자가들이 거래를 끊었다”고 말했다.

○국민 재테크 상품 ELS도 휘청설정 규모가 50조원에 달해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도 파생상품시장이 무너지면서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ELS 발행 순위 1위 KDB대우증권이 내놓은 코스피200, 미국 S&P500, 홍콩 HSCEI 등 3개 지수 상품 수익률은 1년 새 1.7%포인트 하락했다. 3년 만기에 조기상환 구조와 녹인 배리어(손실구간)가 동일했을 때를 비교한 결과다.

ELS는 낮은 지수 변동성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이 같은 상품을 만들려면 높은 지수 변동성에 베팅하는 반대 성격의 헤지용 상품이 필요하다. 한 외국계 증권사의 ELS 담당자는 “낮은 변동성에 베팅하는 ELS만 늘고, 높은 변동성을 지지하는 ELW는 줄어들면서 상품 헤징을 위한 비용이 크게 늘었다”며 “최근 증권사들이 코스피200을 아예 빼고 홍콩, 유럽 지수만으로 구성한 상품을 내는 것도 수익률 하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LW(주식연계워런트)

​특정 증권의 가격, 주가지수의 변동 등과 연계한 증권.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해당 주식을 미리 약정한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현물을 사는 것보다 적은 원금으로 주식을 산 것과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송형석/김동욱/황정수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