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 앓던 택배기사, 병명은 허리디스크

허리디스크, 경막외유착박리술로 20분만에 치료
정성삼 세바른병원 강남점 대표원장이 경막외 유착박리술로 허리디스크를 치료하고 있다. /세바른병원 제공
오랫동안 택배기사로 일한 김모씨(46)는 최근 허리 통증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 한숨이 늘었다. 직업의 특성상 1분 1초가 아까워 병원을 찾는 것도 어려워 그저 집에 돌아가 파스를 붙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택배 일을 함께 하는 동료들도 직업병처럼 허리 통증을 앓았기에 딱히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다. 하지만 점점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은 심해졌고 가만히 앉아서 운전을 할 때도 허리가 묵직하게 아파 김씨는 병원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정밀검사 결과, 김씨의 병명은 허리디스크 였다.

허리디스크는 허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여러 원인에 의해서 제 자리를 이탈하는 질환이다. 이탈한 디스크가 척추 주변의 신경을 압박하면서 통증을 불러오는 것이다.김씨처럼 배송기사 일을 하거나 건설업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 중에는 허리디스크를 앓는 경우가 많다. 서 있는 시간이 길 뿐만 아니라 무거운 물건을 수시로 들어 올려야 하는데, 이 같은 생활습관이 척추를 압박해 디스크의 이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성삼 세바른병원 강남점 대표원장은 “실제로 무거운 물건을 무리하게 들어올리려다 급성 허리디스크가 발병하는 경우가 매우 잦다”면서 “직업상 그러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면 무엇보다 허리디스크를 비롯한 척추질환을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벼운 허리디스크는 물리치료나 재활운동을 통해서도 증상 호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김씨처럼 초기 치료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통증을 키워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다행히 최근에는 수술 없이 허리디스크를 치료하는 추세다. 허리디스크의 비수술적 치료법 중 하나인 경막외 유착박리술은 디스크나 협착증이 있는 신경부위에 직접 약물을 주입함으로써 수술이 없이도 통증을 없앤다.지름 2mm 정도의 가느다란 카테터를 꼬리뼈 구멍을 통해 척추에 삽입한 후, 3~4회에 걸쳐 약물을 주입하여 통증을 유발하는 염증이나 부종, 유착 등을 없애주는 것이다.

정 원장은 “경막외 유착박리술은 전신 마취나 피부 절개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고령의 환자나 다른 질환으로 인해 수술 치료가 힘든 분들에게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시술시간은 20분 정도면 충분하므로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효과적이다. 입원을 하지 않고 시술 당일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허리디스크가 상당히 진행되어 통증이 극심하거나 하반신에 마비 증상이 나타날 정도라면 불가피하게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계속되고, 누운 상태에서 아픈 쪽 다리를 들어올리기가 어렵다면 허리디스크를 의심할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