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車 등 우량기업엔 무역금융 한도 완화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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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금융당국에 요청키로은행들이 삼성그룹 계열사 등 우량기업에 대해선 무역금융에 한해 동일인 여신한도 규정 적용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동일인 여신한도가 꽉 차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의 수출환어음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외국계 은행에 업무를 넘기는 것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다.
▶본지 6월17일자 A1, A3면 참조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삼성그룹 계열사의 수출물량은 급증하는 반면 은행들의 자기자본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수출에 따른 무역금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은행법상 대기업 그룹의 계열사들은 ‘동일인’으로 간주해 은행 자기자본의 25%를 넘어서는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동일인여신한도에 따른 것이다.
기업은 수출 물량을 해외로 보낸 다음 국내 은행으로부터 미리 수출 대금을 받고, 은행은 추후에 수입업체로부터 돈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수출환어음을 발행한다. 은행은 이를 사들인다(매입외환). 이 매입외환도 신용공여로 간주돼 동일인 여신한도에 포함된다. 대형 시중은행들의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동일인 여신한도는 25%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우량기업에 대한 동일인 여신한도 적용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우량기업에 한해 △은행법상 ‘25% 규정’을 완화하거나 △감독규정의 신용공여 범위(동일인 여신한도 범위)에서 매입외환을 제외하거나 △감독규정에서 매입외환을 결제 기간별로 가중치를 둬 반영률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한 시중은행 임원은 “우량기업들은 보통 한 달 안에 매입외환 결제가 끝난다”며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영향을 거의 끼치지 않는 만큼 동일인 여신한도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고민에 빠졌다. 반영률을 차등화하는 것은 최근 국제기준에 역행하고 동일인 여신한도 범위에서 매입외환을 제외시키는 것도 국제사회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