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남전선사는 왜 고양이를 베어버렸나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강신주 지음 / 동녘 / 480쪽 / 1만9500원
평소 반목하던 동쪽 선방(동당)과 서쪽 선방(서당)의 스님들이 고양이를 두고 다퉜다. 이를 본 남전 화상이 고양이를 잡아들고 말했다. “그대들이여, 무엇인가 한마디 할 수 있다면 고양이를 살려주겠지만 말할 수 없다면 베어버릴 것이다.” 스님들이 아무 말도 못 하자 남전은 정말로 그 고양이를 베어버렸다.

선불교의 유명한 화두 ‘남전참묘(南泉斬猫·남전이 고양이를 베다)’다. 자비를 표방하는 불가의 스님이 이렇게 잔인했단 말인가. 베스트셀러 《감정수업》의 저자이자 ‘거리의 철학자’로 유명한 강신주 씨는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에서 “남전이 진짜 자른 것은 고양이라기보다 고양이를 통해 드러난 수행자들의 온갖 의심과 집착”이라고 설명한다.저자는 이 책에서 1228년 무문혜개 선사가 쓴 화두 해설서 ‘무문관’에 나오는 48개의 대표적 화두를 설명한다. 그는 화두에 대해 “우리가 집착에서 자유로, 보통 사람에서 부처로 성장하기를 기다리는 이야기”라며 ‘문 없는 관문’를 통과해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어른으로 성장하자고 촉구한다. 니체에게서 외적인 권위와 가치평가로부터 자유로운 부처의 모습을 읽어내고 들뢰즈에게서 ‘본래면목’의 의미를 찾아내는 등 동서양 철학을 넘나드는 해설이 흥미롭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