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텍스 재킷에 배기 팬츠, H라인 스커트에 라쿤 털 배낭…아웃도어, 믹스매치를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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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Style서울 성수동의 대림창고는 최근 들어 새로운 패션 명소로 부상한 곳이다. 뉴욕 브루클린의 뒷골목을 연상케 하는 거칠고 투박한 분위기로 패션 디자이너들을 사로잡았다. 샤넬 버버리 H&M 등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주요 행사를 이곳에서 열고 있는 이유다.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도 2012년부터 매년 이곳에서 가을·겨울(FW) 패션쇼를 열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중 정기 패션쇼에서 신제품을 발표하는 곳은 코오롱스포츠뿐이다.
코오롱스포츠 가을·겨울 아웃도어
비니에 머플러 와이드 팬츠에 양털 부츠
자체개발 소재에 카시트 천…파격 활용
지난 25일 대림창고에서 열린 코오롱스포츠의 FW 패션쇼 주제는 ‘나우(NOW)’. 비니를 쓰고 얇고 긴 머플러를 두른 모델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일부 모델은 화관처럼 생긴 가채를 머리에 얹기도 했다. 다운·고어 재킷에 배기 팬츠, H라인 스커트, 롱 드레스, 와이드 팬츠 등을 섞어 입었다. 어떤 모델은 퍼 백팩이나 퍼 히프색을 두르고 걸어 나왔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패션쇼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감각적인 ‘믹스 매치’가 돋보였다. 믹스 매치란 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대조적인 이미지를 섞어 새로운 멋을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을 말한다.
코오롱스포츠가 거리 패션(스트리트 패션) 분위기로 아웃도어 패션쇼를 연 이유는 뭘까. 정행아 코오롱스포츠 기획디자인센터 상무에게 물어봤다.
“산이라는 공간에 한정됐던 아웃도어의 한계를 깨고 싶었어요. 아웃도어의 전통적인 기능인 활동성을 부각하되 도심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말이죠. 재작년에 비해 작년에, 작년에 비해 올해 컬렉션에서 이 대목을 더 신경 썼습니다.”
정 상무는 주제를 ‘나우’로 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모든 게 하나로 어우러져 믹스(mix)되는 시대잖아요. 세대, 인종, 문화, 소재, 시대 등이 다양하게 결합한 ‘현재’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믹스 매치’가 올 하반기 아웃도어의 중심이 되리란 판단 아래 와이드 팬츠, 스커트, 배기 팬츠 등 여성·남성복에서 단골로 다루던 제품을 고기능성 재킷과 결합한 것이다.기존 아웃도어 제품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던 울, 쿠션지 등 패브릭을 적극 활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코오롱스포츠가 자체 개발한 신소재 아토텍은 물론 고어텍스를 활용해 롱 드레스를 만들었어요. 모델들이 머리에 얹은 가채도 다운 재킷용 소재를 손으로 땋아 만들었죠. 벤텀 등 내구성이 강한 소재는 물론 처음으로 카시트 소재인 지오닉을 적용했습니다.”
색상도 베이지, 브라운, 카키 등 요란하지 않게 배치했다. 화려한 패턴도 자제했다. “믹스매치라고 해서 아웃도어 제품 여러 벌을 껴입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쇼를 유심히 봤다면 눈치챘겠지만 도입부에 등장했던 일부 모델이 후반부에 재킷만 갈아입고 다시 나왔어요. 재킷 하나 바꿔 입었을 뿐인데 확 달라 보이잖아요. 지난해에 비해 레이어링을 과하게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포인트 아이템은 하나로 족하거든요.”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라쿤 털로 만든 남녀 공용 퍼 백팩과 퍼 히프색이다. 이들 제품은 지난해 12월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코오롱스포츠 플래그십스토어 등 일부 매장에서만 한정 판매한다. 발목까지 양털로 감싼 여성용 앵클부츠, 롱부츠도 각각 5개 이내로만 출시하는 한정판이다.
이 외 대부분의 제품은 8월부터 전국 매장에 나온다. 코오롱스포츠가 처음으로 선보인 선글라스는 요즘 유행하는 ‘미러 선글라스’의 일종이다.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어 등산용은 물론 일상용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예전에는 레드, 블루 등 강렬한 원색 위주 제품이 대부분이었어요. 요즘 소비자들은 도심에서도 아웃도어용이란 티가 나지 않는 제품을 선호합니다. 기존에 사뒀던 원색 제품을 톤이 다운된 카키, 베이지 색상 제품과 섞어 입으면 영리하고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어요.”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