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경제 공부가 필요한 검찰

정소람 지식사회부 기자 ram@hankyung.com
“100쪽이 넘는 항고 이유서를 써내고 다섯 차례 면담한 끝에야 재기수사명령을 받아냈어요. 정말 피눈물나게 노력했습니다.”

이달 초 재판에 넘겨진 삼화저축은행 후순위채 발행 사기 사건(본지 3월28일자 A31면 참조)에서 피해 투자자들을 대리했던 이성우 변호사(법무법인 중정)는 혀를 내둘렀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제 관련 사건에서 피해자들의 손해 회복이 쉽지 않음을 절감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안범진)는 당초 무혐의 처분이 났던 이 사건을 서울고검의 지시에 따라 재수사해 이달 초 이광원 전 행장(수감)과 김모 전 감사, 이모 전 회계담당 이사 등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가짜 재무제표를 공시하고 투자자 수십 명에게 47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뒤늦게라도 재판에 넘겨진 것은 다행이지만 아쉬움을 떨쳐내기 어렵다.

저축은행합동수사단이 이 전 행장 등을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한 것은 2011년의 일이다. 그런데 당시 검찰은 후순위채 발행에 대해서는 따로 사기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이 전 행장 등을 후순위채 사기발행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또다시 무혐의 처분을 반복했다. 담당 검사가 두 번 바뀌고 2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사건이 서울고검에 가서야 재기수사명령이 떨어졌다.이 변호사는 “후순위채 발행사기의 경우 형사처벌이 내려지면 투자자들은 이를 근거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쉽게 청구할 수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법조계는 금융 관련 고소 사건에서 검찰의 취약점을 드러낸 단적인 예라고 지적한다. 금융 관련 고소 사건은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주로 배당된다. 형사부는 경찰 송치 사건 처리에도 일손이 달리는 판이어서 금융 관련 지식을 익히거나 실무 경험을 키우기는 버거운 상황이다. ‘합동수사단’을 만들어 대형 수사를 벌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갈수록 금융 관련 고소·고발 사건이 증가하고 있어 전문적인 금융 수사 매뉴얼을 만들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소람 지식사회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