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여름나기]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 반소매·노타이 '쿨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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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온도 26~28도 유지지난 2일 삼성그룹 수요사장단회의가 열린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사장단의 옷차림은 대부분 반소매였다. 평소 재킷에 넥타이를 매고 회의에 참석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용접 근로자 '에어쿨링' 재킷
이날 사장단이 반소매 차림으로 출근한 것은 그룹 차원에서 시행 중인 ‘쿨비즈(Cool-biz)’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쿨비즈’는 정장 대신 반소매 셔츠에 넥타이를 매지 않는 직장인들의 옷차림을 말한다. 삼성은 지난달 30일부터 임직원들에게 ‘쿨비즈’ 착용을 권유하고 있다. 2012년 처음 전사적으로 시행한 ‘쿨비즈’를 올해에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이날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물론 박근희 삼성사회봉사단장 부회장,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 노인식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이 반소매 셔츠 차림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반팔을 입으니 시원하고 좋다”고 말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도 이날 반소매 차림에 대해 “시원하다”고 했다. 삼성 관계자는 “오는 9월까지 약 석 달간 모든 임직원들에게 반소매 차림에 재킷 탈의를 권장할 계획”이라며 “에너지 절감 효과는 물론 쾌적한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처럼 ‘반소매, 노재킷, 노타이’ 등 복장 간소화를 3년째 권장하면서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는 임직원들이 예외없이 반팔 와이셔츠만 입고 다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여름철 넥타이를 풀고 재킷을 벗으면 체감온도가 2도가량 낮아진다”며 “재킷 대신 옷깃이 있는 셔츠나 반팔 티셔츠 등 간편한 복장을 입도록 했다”고 말했다. 단 라운드 티나 반바지, 민소매, 샌들 등 노출이 심한 복장은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별 에너지 절약 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여름철 실내 적정온도(26~28도) 준수와 전력피크 시간대 엘리베이터 제한 운행, 개인 냉방기 사용 자제, 각종 사무기기 전원 끄기 생활화 등을 실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절전형 스마트 에어컨과 초절전 인버터제습기 등을 내놓고 소비자들이 전기료 부담없이 시원한 여름을 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여름 휴가철 직원들의 국내 여행을 장려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침체된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삼성그룹의 공식블로그인 ‘삼성이야기’에는 최근 국내 가족 여름휴가 명소 ‘베스트5’가 소개됐다. △충남 삽시도 △전남 증도 △강원 정선 △경북 경주 독락당 △경북 청도 와인 터널 등이다. 삼성은 이들 관광 명소 5곳의 특징과 가는 방법, 숙박 시설, 인근의 볼거리와 먹거리 등의 정보를 자세히 소개했다. 삼성 관계자는 “기업들이 하계 휴가제도를 활용해 내수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는 만큼 더 많은 지역 명소가 알려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생산 현장에서도 더위 극복을 위한 활동이 활발하다. 용접 작업이 많은 삼성중공업이 대표적이다. 삼성중공업의 거제 조선소 내 평균 체감온도는 35도에 육박하고 작업복에 안전모까지 착용하면 땀이 온몸을 적신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은 현장 근로자에게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에어쿨링재킷을 지급했다. 방염복 안에 에어쿨링재킷을 입고 공기를 공급해주면 옷속에 시원한 공기층이 형성돼 더위를 식혀줄 수 있다. 또 식염포도당과 냉동생수를 제공하기 위해 제빙기 140대와 정수기 440대를 생산 현장 곳곳에 설치했다.
또 혹서기 기간 매일 온도를 측정해 28.5도를 넘으면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고, 32.5도를 넘으면 1시간씩 연장하고 있다. 더위를 이길 수 있는 보양식으로 7~8월에 걸쳐 전복닭다리백숙, 장어구이, 버섯 영양밥 등의 특식을 월, 수, 금 주3회 제공하고 있다.여름나기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휴가다. 삼성은 매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2주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외의 생산공장 인력들이 휴가를 갈 때 사장단도 쉬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실적 부진에다 이건희 회장의 입원이 두 달째로 접어들어 사장들부터 휴가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