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전통음식, 그 속에 담긴 오묘한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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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전통음식을 먹어야 하는가무심코 먹고 있는 감자튀김 한 조각이 미래에 태어날 자녀의 외모와 지능에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면 어떨까. 미국 코넬대에서 후성유전학과 생화학을 공부한 의학박사 캐서린 섀너핸은 부모가 먹는 음식이 자녀의 외모에 영향을 준다고 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음식은 인간의 유전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음식 하나만 잘 먹어도 암을 예방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아주 날카로운 정신력을 지닐 수 있다.
캐서린 섀너핸 외 지음 / 박리라 옮김 / 에코리브르 / 452쪽 / 1만9500원
《왜 우리는 전통음식을 먹어야 하는가》는 후성유전학에 기반해 건강한 유전자를 유지할 수 있는 섭식법을 연구한 책이다. 이 책의 요체는 저자가 명명한 4대 기둥에 맞춰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 4대 기둥이란 뼈 있는 고기, 발효음식과 싹 채소, 내장, 순수 식물성 및 동물성 제품을 말한다.
저자는 “나이가 몇이든, 어떤 가족 병력이 있든, 자신의 ‘위험 인자’가 무엇이든, 살을 빼거나 근육을 만들려는 시도를 몇 번 했든 4대 기둥의 음식을 먹으면 몸이 바뀔 것”이라며 “자녀 출산 계획이 있거나 임신 중인 경우 네 기둥에 속하는 음식을 먹고, 자라나는 아이에게도 먹이면 부모에게서 나타나지 않았던 유전자가 자녀에게서 발현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첫 번째 기둥은 육류에 관한 것이다. 고기를 조리할 땐 뼈를 그대로 둬야 한다. 너무 오래 익히지 말아야 하며 가급적 여러 부위를 함께 먹어야 한다. 껍질, 인대, 연골 등을 함께 조리했을 때 영양분이 배가되기 때문이다.고기를 먹을 땐 지방을 함께 먹는 게 좋다. 다만 곡물 사료 말고 풀을 먹고 자란 동물이어야 한다. 지방은 에너지의 원천이며 당처럼 체중을 늘리지 않는다. 유기농 목장에서 나온 고기는 비싼 만큼 값어치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골육수는 건강 종합세트다. 뼈를 고아낸 육수는 관절을 보호하는 데 쓰이는 글리코사미노글리칸을 통째로 몸에 공급할 수 있다.
저자는 “글루코사민이 풍부한 국물은 나이와 상관없이 인체를 회복시켜줄 수 있는 젊음의 세럼 같은 것”이라고 비유한다. 사골국에는 칼슘 외에도 마그네슘을 비롯한 여러 뼈 구성 물질과 글리코사미노글리칸을 함유하고 있다. 글루코사민 영양제를 사 먹는 것보다 사골국을 먹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두 번째 기둥은 내장육이다. 예컨대 비타민을 보충하기 위해선 사과 한 알을 먹는 것보다 소의 간을 먹는 게 효과적이다. 저자는 “동물의 눈알을 먹으면 우리 눈에 좋고 관절을 먹으면 우리 관절에 좋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이 강력한 ‘영양제’는 버려지기 일쑤”라며 “이 음식을 제대로만 섭취해도 성인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생길 것이고, 어린이는 유전적 잠재력이 깨어나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 번째 기둥인 발효 식품과 네 번째 기둥인 신선함은 잘 알려진 내용이다. 저자에 따르면 대두를 그대로 섭취하는 것보단 된장 같은 발효 형태로 먹는 게 좋다. 발효 과정에서 다수의 식물이 품고 있는 독소가 비활성화돼 발아 곡물과 유산균 발효 채소를 소화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 셀러리, 후추, 브로콜리, 마늘같이 신선하면서도 자극적인 맛을 내는 허브와 채소를 조리하지 않은 채 섭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